'트럼프 펜 선물'에 탁현민 '반색'…"文 정부 때 만든 것"

입력 2025-08-27 09:28
수정 2025-08-27 09: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기념 서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하는 펜에 관심을 보여 화제를 모은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 국회의장 행사기획 자문관이 제작 비화를 밝혔다.

탁 자문관은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펜을 문재인 정부 당시 자신이 제안해 만들었다면서 "괜히 기분이 좋다. 지난 정부, 아니 지지난 정부의 유산이 새 정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서"라고 썼다.

탁 자문관 "대통령의 서명 전용 펜이 만들어진 것은 남북정상회담 이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9·19 군사합의 등에 서명할 때 북은 몽블랑 만년필을, 남은 네임펜을 사용하여 서명했다"며 "이것 때문에 당시 의전비서관이 아주 낭패를 봤다. 물론 네임펜을 선호했던 것은 문 대통령이었지만 보기에도 좋지 않았고 의전적으로 비교되어 보였다는 것이 화근이었다"고 회고했다.

탁 자문관은 "이후 대통령의 서명 때 전용 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심지를 안에 넣고 대통령 휘장을 새겨넣은 나무+금속 펜을 만들어 사용했다"며 "펜은 서명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의전비서관이 하나 부속실장이 하나를 갖고 다니다가 대통령께 드려 서명에 사용하시도록 했었다"고 말했다.


탁 자문관은 "지금 사진에 올린 펜은 문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한 해 동안 사용한 펜"이라면서 "이 펜으로 서명한 마지막이 무엇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펜과 같은 디자인과 용도의 펜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펜은 국내 업체 제나일의 제품이다. 제나일은 원목을 다듬어 펜을 만드는 업체로 유명하다. 이 대통령이 사용한 제품은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일반 판매용과 달리 제작 기간만 한 달 반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며 이 펜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기 (사인에 사용하는) 펜이 직접 대통령께서 가져오신 것이냐"고 물으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에 "맞다 가지고 온 것이다"라고 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어디서 받은 거냐", "두께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정말 멋지다"라고 말했다. 또 "가져갈 거냐"는 농담까지 던지자,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펜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용하진 않겠지만 선물로 영광으로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면서 "가시기 전에 제가 대통령과 대표단께 선물을 드리겠다"고 화답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