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에 개봉한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은 한 사제가 충격적인 고해성사를 마주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는 사제의 어머니를 둘러싼 음모와 사건을 파헤친다는 외피를 가지고 있지만 더 나아가 한 모자(母子)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종교와 인간이 저질러 온 참극과 그 안에서 고통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조명한다. 아마도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박명훈 배우, 그리고 영화의 연출을 맡은 백승환 감독이 만나 영화의 작업, 그리고 서로에 대해서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을 묻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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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이 마주하는 인터뷰는 처음이 아닌가. 기분이 어떤지.
박명훈 배우(이하 박): "생각해보니 김효정 평론가와는 인터뷰를 무려 세 번이나 함께 했다. 백승환 감독 역시 내가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이런 시간이 즐겁다."
백승환 감독(이하 백): "사실 이번 주 내내 신승호 배우, 박명훈 배우와 무대인사를 다녔다. 오늘이 무대인사로는 마지막 날인데 그 마지막을 선배님과 인터뷰로 마무리 하게 되서 더욱 의미있게 느껴진다."
▷함께 무대인사를 며칠간 다니지 않았나. 오랜 시간 같이 있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가령 나쁜 습관이라든지 (웃음).
백: "나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굳이 말하자면 박명훈 배우가 후배들 배려를 정말 많이 한다. 그들에게 웬만하면 모든 것을 맞춰 주시려고 하는 것 같다. 사실 때로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좀 편하게 지내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긴 했다."
박: "뭐든지 너무 열심히 한다는 점? 백승환 감독은 작업할 때 열심히, 100% 이상을 갈아 넣는다. 그 외에 작은 단점이라면… 회식할 때 술을 너무 길게 마신다는 점? (웃음) 정도다."
▷서로가 준비해 온 질문 리스트가 궁금하다. 먼저 백승환 감독이 박명훈 배우에게 궁금한 것들은 어떤 것인지?
백: "학전에서 시작해 오랫동안 무대에서 활동한 후 매체 연기를 시작하지 않았나. 영화, 드라마에 집중해 오고 있는데 현재 무대에 대한 갈증은 혹시 없으신지."
박: "매우 있다. 마지막 공연이 2017년이었으니 8년여의 세월이 흐른 것인데, 영화와 드라마에 집중하다 보니 공연을 할 틈이 없었다. 무대를 비운 지가 좀 되다 보니까 솔직히 지금은 두려움도 없진 않다. 작년에도 공연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두려움 그리고 연습 기간 등등 여건이 맞지 않아 고사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무대가 그립고, 분명 언젠가 공연을 하게 될 것만은 확실하다."
백: "극 중 심광운 캐릭터에 대해 술자리에서 얘기를 나눈 후 영화를 찍게 되었다. 완성된 영화로 본 심광운은 어떠셨는지? 초기에 생각하신 대로 표현이 된 것 같으신지 궁금하다."
박: "이번에 맡은 역은 광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다. 어쩌면 이제껏 맡은 역할 중 가장 그런지도 모르겠다. 연기에 있어서도 약간은 과장된, 극단적인 톤을 선택해서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심광운이 영화 중반에 등장해서 임팩트가 필요하기도 했고, 다른 인물들이 점차적으로 변해가는 것과 다른 대조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나의 선택이 맞았던 것 같다."
백: "봉준호, 김한민, 원신연 등 베테랑 감독님들과 작업을 해왔다. 다른 감독님들과 저는 어떤 게 다른지 (웃음)."
박: "어떤 감독이든 자신의 분명한 색채와 스타일이 있다. 다만 앞에 언급한 감독님들 (69년생)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작업을 해 오신 분들이고, 백승환 감독은 비교적 나이도 어리고 다른 세대에서 영화작업을 시작한 감독이다. 따라서 요즘 세대가 가지고 있는 시선과 방향, 방식들을 백승환 감독을 통해 처음 접했거나, 배울 때가 많았다. 신선하고 재미난 경험이었다. 또 하나 백승환 감독의 장점이 있다면 매우 유연하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도 스탭들과 조건을 고려해서 포기할 것이 있으면 빨리 포기하고 플랜 B로 가는 효율성을 지닌 감독이다."
백: "배우 생활을 하기 위해 평소에 하는 습관이나 루틴 같은 게 있는지."
박: "꾸준히 러닝을 해오고 있다. 5킬로에서 10킬로 정도를 인터벌로 뛴다. 또 하나 챙겨서 하는 일은 공연을 보는 일이다. 대학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주변에 공연 중인 배우가 많다 보니 가줘야 하는 일도 많다. 무엇이든, 대학로에서 공연을 보는 일은 나에게도 큰 공부와 위안이 되는 습관 같은 것이다."
백: "<온리갓>에서 함께 한 배우 중 인상적이었거나 언급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그 이유는."
박: "전소민 배우를 언급하고 싶다. 함께 작업했던 이중옥 배우도 뛰어나지만 전소민 배우 같은 경우 대단한 변신을 하지 않았나. 사람들은 그녀를 예능에서의 밝은 이미지 정도로 기억할 텐데 이번 영화에서 또 다른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그녀의 연기가 매우 인상 깊었다."
백: "예산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온리갓>을 함께 해주셨지 않았나.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조건으로 배우님과 함께하고 싶다. 박명훈 배우가 보실 때 백승환 감독은 어떤 작품을 하면 좋을 것 같을지."
박: "사실 예전에 다른 프로젝트로 백승환 감독을 만났었다. 그 이야기는 사회 비판적 시선이 강한 정치 드라마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백승환 감독이 그 작품을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프로젝트로는 백승환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아예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워낙 아는 사람들도 많고, 기획력이 뛰어나서 재미난 결과물이 될 것 같다."
▷이번엔 박명훈 배우가 백승환 감독에게 궁금한 것들을 듣고 싶다. 서로가 많은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다양한 질문을 준비해 주셔서 놀랐다.
박: "평소에 나, 박명훈이라는 배우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백: "대학로에 있는 호프집에서 자주 뵈었는데 늘 밝은 모습이었다. 이후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의 박명훈 배우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보던 그 쾌활한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말투와 언어까지도. 정말 박명훈 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진짜 재일한국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 감탄했고, 꼭 내 영화에서 함께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박: "이번 <온리갓>의 주연을 맡은 신승호 배우를 포함 출연한 다른 배우들도 감독님과 계속 작품을 하고 있지 않나. 작업했던 배우들과 다시 작업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백: "일단 작품을 했던 배우들과 다시 하는 것에 많은 장점들이 있다. 각자 성향을 잘 알고 있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나뿐 아니라 많은 감독님이 했던 배우들과 또 작업을 하는 이유가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다만 그런 경우, 최대한 캐릭터의 중복을 피해서 제안을 드리는 편이다."
박: "백승환 감독은 영화 산업에서 엄청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나. 감독님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인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백: "망설일 것 없이 장률 감독이다. 감독님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제작한 이래로 장률 감독의 대단한 팬이 되었다. 그 이야기를 주변에 하도 많이 이야기 했더니 장률 감독님의 피디가 전화가 다 왔더라 (웃음). 아직 박사학위 논문을 다 쓰지 못했는데 그 주제도 장률 감독의 작품세계에 관한 것이 될 것 같다."
박: "최근에 무대 연출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 연출과 공연 연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배우들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점? 공연 전까지 성북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배우들과 거의 3개월 가까이 연습을 했다. 영화가 무언가를 증명하는 자리라면 연극은 동고동락을 함께 하고 무언가를 같이 쌓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박: "감독님 영화 연출하실 때나 작품을 준비하실 때 이외의 시간은 주로 어떻게 보내는지."
백: "예전부터 지금까지 나의 아침은 종이신문을 정독하는 일로 시작된다. 신문에서 얻는 정보, 이야깃거리가 생각보다 많다. 이것 중 상당 부분이 내 작품들에도 반영이 되었다. 그다음으로 많이 하는 일은 인터파크에서 공연 후기를 읽는 일이다. 약간 길티 플레져 같은 일인데, 이 리뷰들을 읽는 것이 왜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웃음)."
박: "끝으로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개봉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다면."
백: "어제와 오늘까지 두 번이나 영화를 봐주신 관객인데 휠체어와 호흡기에 의존하는 관객이었다. 특정 배우가 아닌 영화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관객인 것 같았다. 이틀 연속 그분을 보면서 감동도 하고, 반성도 하고, 경이로움도 느껴지고. 영화에 대한 많은 상념들을 갖게 한 고마운 관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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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무대인사를 마친 박명훈 배우와 백승환 감독을 만났을 때는 약간은 지친 기색이 비쳤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생기와 웃음이 흘러넘쳤다. 이들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서로의 모습에 환호하는 광경만으로도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이 어땠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좋은 무언가가 탄생하는 법이다. 그리고 좋은 무언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백승환 감독과 박명훈 배우, 그리고 그들의 협업이 바로 그런 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