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의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안전자산인 금과 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다. 증권가에서는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귀금속값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은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신한 레버리지 은 선물 ETN(H)'은 하루 만에 5.14% 올랐다.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H)', 'KB 레버리지 은 선물 ETN(H)', '한투 레버리지 은 선물 ETN'도 일제히 4% 넘게 올랐다. 이들 상품은 은 선물 수익률에 기반한 기초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ETN을 일제히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은값이 올라 관련 ETN의 수익률도 뛰어오른 모습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서 은은 2.51% 오른 트로이온스(약 31.1g)당 38.01달러에 마감했다. 전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무려 34.45% 높다.
은은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지정학 리스크 심화와 관세 전쟁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많아졌고, 은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하 기대감도 은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22일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물가 상승 위험보다 고용 둔화 위험에 무게를 두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정책이 제한적인 영역에 있고 기본 전망과 위험 균형의 변화에 따라 정책 입장을 조정해야 할 수 있다"며 고용 시장 하방 위험을 언급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25bp(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84.3%, 동결될 확률을 15.7%로 각각 반영했다.
게다가 은이 금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어 상승 여력을 갖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값 대비 금값 비율인 금은비가 평년 대비 높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평균 금은비는 66.7배인데, 현재 금은비는 87배 수준이다. 금은비가 높을수록 은이 금에 비해 저평가돼있다는 것을 뜻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 완화 기조가 유지되면 귀금속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며 "최근 금은비는 90배를 밑돌고 있지만, 여전히 역대 평균보다 높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경기 여건에서 금은비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 가격은 연내 온스당 40달러를 돌파한 후 2026년 상반기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목표로 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은 수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은의 절반 이상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산업용으로 소비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신규 프로젝트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술 발전으로 태양광 패널에 필요한 은의 양도 감소하는 추세다.
은 ETN에 투자하려면 환율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상장된 은 ETN은 대부분 환헤지형이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의 위험을 없애는 거래 방식이다. 기초자산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셈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 이익 기회는 없다. 반대로 환노출 상품은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