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미국 대통령 통역으로 익숙한 얼굴인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이 등장했다.
아이보리색 재킷을 입고 무테안경을 쓴 이 국장은 25일(현지시간) 노트 패드에 트럼프의 발언을 적어가며 통역을 했다. 다른 정상들과 달리 트럼프가 끊지 않고 꽤 길게 말했는데도 이를 능숙한 솜씨로 명쾌하게 한국어로 전달했다.
한국계인 이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으로 활동해 주목받았다. 이 국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의 세 번째 만남 때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과 귀 역할을 했다.
국제회의와 각종 회담 통역을 전담하며 60여명의 상근직, 1000명의 통·번역가를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통역국 책임자를 지내기도 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이 국장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영웅(unsung hero)"이라고 했다. 미국 측에서는 보통 '닥터 리'로 불린다.
이 국장은 전업주부에서 세계 최고 지도자인 미 대통령의 통역 담당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 부친을 따라 이란에서 국제중학교를 다니고, 연세대 재학 중 교내 영자지에서 활동한 게 전부다. 33세 나이에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했고, 전문 통역사이면서 다국적 회사를 다니는 남편을 두고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으로 왔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