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3년 경남 마산의 한일합섬 공장을 방문했을 때, 한 여공에게 소원을 묻자 그 답이 “공부하고 싶다”였다. 당장 야간학교가 개설됐고, 행정명령으로 학력 인정까지 받게 했다. 그렇게 태어난 학교가 교정의 ‘팔도 잔디’로 유명한 한일여자실업학교, 지금의 한일여고다. “5남 1녀로 태어나 ‘고교 진학을 포기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어떻게 해서든 학교가 가고 싶어 한일합섬에 들어가 한일여실에 입학했다. 휴가 때 교복을 입고 고향으로 달려가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자 아버지는 엉엉 우시며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매달 용돈을 보내드렸다.”(졸업생 문집 중에서)
미국에는 한일여실 같은 산업체 부설 학교와는 성격이 다른 사내 교육 기관이 있다. 원조는 맥도날드가 1961년 설립한 햄버거대학이다. 맥도날드 창립(1955년) 6년 만에 생겼으니, 이 회사가 얼마나 일찌감치 교육에 눈을 떴는지 알 수 있다. 햄버거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교육과정은 훨씬 깊이 있다. 레스토랑 운영을 위한 직원 커뮤니케이션 및 코칭 능력 같은 리더십 과정이 핵심이다. 미국 시카고는 물론 세계 8개 지역에 글로벌 캠퍼스를 두고 있다. 디즈니대학, 픽사대학 등도 잘 알려진 사내 대학이며, 국내에는 제너시스 BBQ의 치킨대학 등이 있다.
고졸 직원에게 대학 졸업장을 딸 기회를 제공하는 사내 대학도 있다. 삼성전자공과대학이 대표적이다. 1989년 ‘반도체 기술대학’으로 문을 열어 2005년부터 4년제 대학 과정 교육부 인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600명가량의 학사를 배출했다.
이제는 사내 교육기관에서 정식 석·박사학위까지 수여하는 시대가 됐다. LG AI대학원이 다음달 석사학위 과정 입학생 30명을 모집해 내년 3월부터 본격 운영한다. 박사과정도 연내 교육부 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현업에서 AI 접목의 필요성을 느낀 직원들이 해당 주제를 들고 사내 대학원에서 연구한 뒤 그 결과물을 즉시 전력화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 목표다. 배움에는 끝이 없듯, 사내 교육도 고교 졸업장에서 석·박사학위까지 부단히 진화하고 있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