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들어 검찰개혁이 본격화하고 12·3 비상계엄 관련 특별검사팀의 전방위 수사가 법무부·검찰 전직 수뇌부를 겨냥하면서 검찰 조직 내 ‘탈출 러시’가 가속화하고 있다. 중간 간부들의 사퇴가 줄을 잇는 가운데 올해 법관 임용 대상자 중 검사 출신이 역대 최대에 달하는 등 검찰 이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법무장관·총장까지 압수수색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25일 ‘검사 계엄 파견 의혹’과 관련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검 검찰총장실과 포렌식센터, 공공수사부, 서울구치소 등과 박 전 장관 자택 및 심 전 총장 휴대폰이 포함됐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간부 회의를 소집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또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 대기와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등을 지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심 전 총장에 대해서는 법원의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조직 내 위기감은 고강도 검찰개혁을 예고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고조되기 시작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13일 검찰청을 공소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수사는 신설하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에 분산하는 내용의 검찰개혁안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는 9월 말까지 검찰 개혁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젊은 검사들, 법원으로 대거 이동내란 수사와 검찰개혁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검사들의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젊은 검사들의 법원 진출이 급증했다. 대법원이 이날 발표한 올해 법관 임용 대상자 153명 중 검사 출신이 32명으로, 작년(14명)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부분 법조경력 5~7년의 젊은 검사들이다. 전체에서 검사가 차지하는 비율도 20.9%로 작년(12.6%) 비율을 크게 웃돌았다.
2018년 법조일원화 정책 이후 검사 출신의 법원 진출이 이어져 왔지만 20%대로 급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올해 검찰개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검사들의 이직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한다. 과거와 달리 로펌 진출의 문턱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로펌에서는 검찰 대신 경찰 출신 변호사·전문인력 선호도가 높아졌다. 검사장 출신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3년간 로펌 취업이 불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검사들이 법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법관 임용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진로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 수사’ 검사들 잇단 사직검찰 인사에서 사실상 좌천된 중간 간부급 검사들의 사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지형 부산지검 제2차장(사법연수원 33기)과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33기)이 최근 사의를 밝혔다. 이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을 이끌었지만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부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1일 중간 간부 인사에서 각각 대전고검 검사와 부산고검 검사로 밀려났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사한 김종현 대검찰청 공공수사기획관(33기), 민주당 돈봉투 의혹을 수사한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33기),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한 호승진 대검 디지털수사과장(37기), ‘공안통’인 이재만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장(36기) 등도 최근 잇달아 사표를 냈다.
허란/박시온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