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동안 땡볕 견디며 번 돈으로 인생 2막 엽니다"

입력 2025-08-25 17:53
수정 2025-09-01 18:32

“이름만 빌려주고 모델만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듣는데, ‘내돈내사’(내 돈, 내 사업)입니다. 15년간 땡볕에서 피땀 눈물 흘려가며 모은 돈이에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3승을 기록한 안신애 전 프로골퍼(35)가 화장품 브랜드 메르베이(MERBEI) 대표를 맡으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지난해 9월 현역에서 은퇴한 뒤 1년 만이다. 안 대표는 지난 22일 “자외선 노출이 잦은 선수 시절부터 피부 건강 고민을 많이 하다가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사업을 하게 됐다”며 “시작할 때부터 그냥 얼굴을 내밀고 지분만 투자하기보다는 제대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9년 프로골퍼 데뷔 때부터 뛰어난 미모로 주목받은 그는 그해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실력을 입증했다. 2017년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진출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했다. 2020년 일본 투어 상반기 전 경기 출전권을 따 놓고도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게 골프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는 “사실상 그때 은퇴한 것”이라며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패션, 뷰티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살려 화장품 사업을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사업이란 게 처음부터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사무실 임차 계약부터 덜컥 했는데 뭘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일단 휴일 상관없이 매일 출근부터 했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ODM(제조업자개발생산)사를 만나 열심히 공부하며 여기까지 왔어요.”

안 대표는 “화장품 사업도 결국 스포츠처럼 몸으로 하는 일”이라며 “각 성분의 특성을 말과 글로 배워도 발림성, 향, 텍스처 등은 직접 겪어봐야 해서 하루에 세수를 열 번 넘게 하며 테스트했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메르베이 브랜드. 브랜드명부터 제품 기획·개발은 물론 용기 디자인과 홈페이지의 장바구니 아이콘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에센스와 세럼, 크림, 폼클렌저, 선크림 등 기초 화장품 5종 세트를 우선 선보였다.

안 대표는 “운동할 땐 루틴대로 움직이니 시간에 쫓겨본 적이 없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아 마음고생도 컸다”며 “매일 사람을 만나고, 결정하느라 ‘내 몸이 3개 정도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2000번 정도 한 거 같다”고 털어놨다.

안 대표에게 골프는 뗄 수 없는 인생의 꼬리표다. “사람들을 만나면 ‘왜 골프는 안 하냐, 골프 레슨이나 방송 쪽 일은 안 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저는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내가 조금 더 알고 있다고 해서 뭔가 ‘이렇게 하라’고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그것보다는 새로운 걸 습득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게 재밌어요.”

일본 내 인지도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협의도 하고 있다. 안 대표는 “제가 쓰고, 제 피부가 좋아지는 좋은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한 단계씩 밟아가고 싶다”며 “기초 제품에 충실한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