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한국 지속가능 솔루션 그룹 "지속가능금융, 비용 아닌 전략적 투자"

입력 2025-09-03 06:00
수정 2025-09-03 06:23
[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김정수 ING 한국 지속가능 솔루션 그룹 부문장 인터뷰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전환 전략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 공시, 글로벌 RE100 캠페인 등은 수출 중심의 한국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김정수 ING 한국 지속가능 솔루션 그룹 부문장은 “지속가능금융은 미래 경쟁력의 조건”이라며 “이제는 비용이 아닌, 글로벌 시장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현재 ING 한국에서 지속가능 솔루션 그룹(SSG)을 이끄는 김 부문장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아시아·태평양(APAC) 지속가능팀 소속으로,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ESG 금융 구조화와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기업이 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ING 한국 지속가능 솔루션 그룹은 글로벌 본사의 전략을 한국 시장과 산업 현실에 맞게 전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그린론, 지속가능성연계대출(SLL), 무역금융,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 구조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저탄소 미래로 전환하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ING가 2017년 세계 최초로 SLL을 도입한 금융사라며 단순히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ESG 성과 달성 정도에 따라 금융 조건이 달라지는 혁신적 구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업이 ESG 목표를 달성할수록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구조다.

ING는 APAC 지역의 지속가능금융 허브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을 비롯해 철강·조선·배터리 등 탄소집약 산업 중심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 부문장은 EU CBAM 대응이 시급한 한국 철강업계, 친환경 선박과 항만 인프라 전환이 필요한 조선·해운 산업, 그리고 배터리 공급망의 지속가능성 강화가 모두 우리의 중점 과제라고 짚었다.


실제 ING는 최근 디지털 엣지 데이터센터의 1조 원 규모 녹색 대출에 공동 주선사로 참여했고, 신한카드의 소셜 본드 발행을 지원하는 등 금융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또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위해 BNK금융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지역 기반 탈탄소 프로젝트에도 나서고 있다.

김 부문장은 한국 ESG 금융 생태계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과 접근성이 낮아 RE100 달성이 쉽지 않고, ESG 공시 의무화도 2026년 이후로 미뤄져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에 차질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배출량 데이터 수집과 검증 체계가 부족해 CBAM 대응에 가장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 ING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망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ESG 무역금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카본체인 등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공급망 배출량 데이터를 추적하고, 고객 맞춤형 핵심성과지표(KPI)를 금융 구조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실제 ING의 대표적 기후 전략인 ‘테라(Terra) 접근법’도 적극 활용된다. 테라는 발전, 철강, 시멘트, 해운 등 고탄소 산업의 포트폴리오를 2050년까지 넷제로로 유도하는 금융 의사결정 체계다. ING는 테라 접근법을 통해 한국의 철강·조선업 고객과 협력해 맞춤형 탈탄소 금융을 제공하며, 고객과 함께 전환 로드맵을 설계하고 있다.

ING는 향후 3~5년간 한국과 아시아에서 ▲친환경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스마트 물류·항만 ▲저탄소 해운·항공 산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부문장은 “에너지 비용과 탄소발자국이 경쟁 요소가 되는 만큼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청정에너지 접근성에 달려 있다”며 “ESG 대응은 단순한 준법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 경쟁력 확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ING는 글로벌 경험과 현지 전문성을 결합해 한국 기업이 기후 위기와 규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부문장과의 일문일답.

- ING 내부에서 ‘지속가능 솔루션 그룹’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나.

“지속가능 솔루션 그룹(SSG) 이전에는 ‘서스테이너블 파이낸스’라는 이름에서 확대·개편된 조직이다. 이전에는 싱가포르 리전 오피스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을 총괄했지만,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2022년 ING 도매 금융 부문 내 지속가능금융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고객들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린론, SLL, 무역금융,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 구조를 통해 저탄소 미래를 지원한다. ING의 핵심 금융 서비스와 글로벌 전략에 지속가능성을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ING가 한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한국은 ING가 강점을 지닌 해운, 에너지 등 산업과 한국 산업 구조가 겹친다. 또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지 전문성을 결합하고, 유럽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아시아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장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이미 그린론 원칙 같은 글로벌 기준에 따른 지속가능금융 상품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 최근 친환경 선박(LNG 및 이중연료 엔진선)의 금융 지원과 디지털 엣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공동 그린론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사례도 있다.”

- ING는 2017년 세계 최초로 SLL을 도입했다. 기존 그린론과 어떤 차이가 있나.

“기존 그린론은 특정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자금을 지원하지만, SLL은 기업의 ESG 성과와 직접 연동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고객이 합의된 ESG 목표를 달성할수록 금리가 낮아지는 구조다. 이후 SLL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표준이 되었고, ING는 이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생상품과 무역금융에도 ESG 성과를 연계해 금융 조건을 차별화하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 ING의 ‘테라 접근법’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나.

“테라는 ING가 2018년부터 추진해온 여신 포트폴리오 탈탄소 전략이다. 테라는 석유·가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해운 등 고탄소 산업의 포트폴리오를 2050년까지 넷제로로 이끄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년 산업별 전환 성적표를 공개하며, 고객의 전환 로드맵을 함께 설계하고 금융 조건에 반영한다. 2023년부터는 클라이언트 트랜지션 플랜(CTP) 제도를 도입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고객사 2000여 곳의 기업과 전환 전략을 논의 중이다. 한국에서는 철강, 조선, 해운 기업과 협력해 맞춤형 금융 구조를 제공하며, 산업별 탈탄소화를 지원하고 있다.”

- 한국 기업의 반응이 궁금하다.

“철강·조선처럼 민감한 업종도 의외로 개방적이다.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도 ESG 공시 수준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다만 성과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문화적 특징이 있고, 데이터 수집과 품질 관리가 가장 큰 과제다.”

- 한국 기업의 ESG 대응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기업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ESG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24년 DX 부문에서 93.4%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달성했고, LG그룹은 스코프 1·2(직간접배출량) 감축목표에 근접했다. 다만 중소·중견기업은 배출량 데이터 수집과 검증 체계가 미흡해 EU CBAM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 한국의 지속가능금융 시장을 진단한다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많다.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부족하고, ESG 공시 의무화도 2026년 이후로 지연됐다. RE100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과제다. 다만 정부의 RE100 산업단지 확대, 전력구매계약(PPA) 개혁 등 정책 변화는 금융 수요를 확대할 것이다. ING는 이러한 전환을 금융과 자문을 통해 적극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 한국의 ESG 시장에 대한 평가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2020년 이후 짧은 시간 내 빠르게 성장한 데다 대기업 중심으로 경쟁력도 갖췄다. 그러나 복잡한 규제 체계, 낮은 탄소가격, ESG 공시 일정 불확실성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ESG는 규제가 아니라 미래 경쟁력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수출 중심 경제에서 글로벌 기준을 따라가지 않으면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은 기술력과 산업 기반이 탄탄하기에 이번 전환 과정에서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 향후 3~5년간 ING 한국의 전략적 방향은 무엇인가.

“단순히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고객과 함께 솔루션을 설계하는 파트너로 진화할 계획이다. 우선 철강·조선·배터리 등 탄소집약 산업이 글로벌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후 친환경 데이터센터, 해상풍력, 수소, 스마트 항만, 클린테크 공급망 등 미래 산업 중심으로 금융을 확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금융을 통해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 접근권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