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보령LNG터미널 지분 매각…완주까진 '산 넘어 산'

입력 2025-08-25 15:23
이 기사는 08월 25일 15: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보령LNG터미널 지분 매각 작업을 완주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까지 선정한 상황이지만 SK그룹 내에서 LNG 관련 사업을 이어가는 데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LNG터미널을 매각해야 하는지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수 후보 입장에서도 향후 투자금 회수를 고려하면 리스크가 적지 않은 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IMM인베스트먼트와 맥쿼리자산운용, 노앤파트너스, 퀘백주연기금(CDPQ) 등 4곳을 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이들은 1~2개월 간 실사를 진행하고 오는 10월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매각 주관 업무는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이 맡고 있다.

앞서 진행된 예비입찰엔 국내외 10여곳의 사모펀드(PEF)가 참여하며 예상보다 흥행에 성공했다. 입찰에 참여한 후보들은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한 보령LNG터미널의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딜을 계기로 SK그룹, GS그룹과 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점도 흥행 요소로 작용했다.

다만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딜이 끝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SK그룹 내부에선 보령LNG터미널 지분 매각 추진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령LNG터미널이 SK에너지와 SK E&S, 나래에너지서비스 등 SK그룹 계열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등 SK그룹의 LNG 사업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당면 과제였던 SK온 자금 지원 문제를 메리츠증권의 도움을 받아 어느정도 해결했다는 점도 보령LNG터미널 지분 매각 동력을 떨어뜨리는 배경이다. 보령LNG터미널 몸값이 2조원대로 거론되지만 부채를 제외하고 나면 SK이노베이션이 보령LNG터미널 지분 50%를 매각하고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4000억원 안팎에 불과해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

인수 후보 입장에서도 딜 구조 자체에 리스크가 적지 않다. 기존에는 SK이노베이션과 GS에너지가 지분을 50 대 50으로 나눠 가진 구조였지만 GS그룹은 SK그룹의 지분 매각에 동의하는 대신 지분 일부를 추가로 사들여 보령LNG터미널의 경영권을 가져가기로 했다. GS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지분을 사가는 인수자에게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등 향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주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PEF 입장에선 소수 지분을 투자하면서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못하는 딜"이라며 "GS그룹의 신의에 기대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보령LNG터미널 딜이 성사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인수 후보는 보령LNG터미널의 채권자는 물론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사용자들의 전원 동의도 받아야 한다. 일각에선 SK그룹이 입찰 절차를 모두 진행하고도 내부 설득에 실패하거나, 매각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이 마지막 관문을 명분으로 삼아 딜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