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자치란 주민입니다

입력 2025-08-24 17:10
수정 2025-08-25 00:13
“국가란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낸 영화 ‘변호인’의 명대사다. 이를 지방에 대입해보자. “지방자치란 주민입니다”가 될 것이다. 지방자치를 매일같이 외치는 필자조차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1948년 제헌 이후 지금까지 헌법은 지방자치를 하나의 장으로 담아왔다. 헌법에 ‘주민’이 등장한 것은 1960년 제4호 헌법이다. ‘적어도 시·읍·면의 장은 그 주민이 직접 이를 선거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3년 뒤 개헌으로 이 조문이 삭제됐으며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처리 대상으로 전락했다. 주민은 단 한 번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에서만 나온다. 이후 네 번의 개헌을 거쳐 60년 넘는 세월 동안 지방자치에 관한 헌법 규정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편 1961년 임시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지방선거는 중단되고, 지방의회 의결은 내무부 장관과 관선 도지사 승인으로 대체됐다. 지방자치 명맥이 끊긴 것이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주민이 다시 대표를 직접 선택하면서 지방자치는 새롭게 시작했고 지난 30년간 다양한 주민참여제도가 도입돼왔다. 2004년 주민투표법 제정, 2007년 주민소환법 제정, 2013년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실시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는 현재 주민에 의해 이뤄진다고 할 수 있을까. 애석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방행정에 대한 주민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제 지방자치 주인공은 주민이 돼야 한다. 다양한 지역 이슈에 주민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 주권 원칙에 따라 지방자치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의미가 있다. 또 주민과 지자체장 관계에서 정보 비대칭에 의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정책 과정에서 거래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지방 행정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환경도 조성돼 있다. 전 세대가 시공간 제약 없이 모바일을 통해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선호를 표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이 고도화하면서 지역 공동체에 대한 주민의 관심이 커지고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민 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지방자치 역시 주민 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의 법적 위상을 높이고, 정책 과정에서 주민 역할을 확대하며, 현장에 주민 의사가 반영되도록 획기적인 개혁이 단행돼야 한다.

필자는 오늘 설렘과 기대를 안고 강원특별자치도로 향한다.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행정안전부와 시·도가 함께 주민 의견을 경청하는 권역별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지방자치 주인공에게 이 말씀을 전해야겠다. “지방자치란 주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