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미국이 1순위가 돼야 합니다.”
굿워터캐피털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는 스콧 샤오 수석투자심사역(사진)은 지난 15일 구글 본사에서 한국인 창업자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굿워터캐피털은 카카오, 쿠팡, 토스 등 한국 대표 컨슈머테크 기업을 성장시킨 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털(VC)이다. 인도, 중국 등 다수의 아시아 출신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샤오 심사역은 “창업자와 공동창업자는 새롭게 진출할 시장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오 심사역은 창업자가 진출 시장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현지 팀과 본사 간 관계가 큰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한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한국 본사 영향력이 큰 만큼 미국 현지 진출 팀이 실제적 영향력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오 심사역은 “본사 팀이 많은 결정을 번복하는 사례를 봤다”며 “(창업자가) 현지에 없으면 규제 등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요인을 파악하기 정말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자는 회사 변화를 이끌어낼 도덕적 권위가 있는 사람”이라며 “미국에서 어떤 인사를 하는지가 현지 사업 성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현지 진출이 험난하지만 그만큼 큰 보상이 따를 수 있다고 샤오 심사역은 말한다. 그가 투자한 인도 오디오 콘텐츠 기업 ‘포켓FM’이 대표적이다. 샤오 심사역은 “100여 개 오디오 콘텐츠를 보유한 포켓FM은 인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수익화 수준은 낮았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유료 콘텐츠에 지갑을 열기 꺼려하는 인도 사용자의 특성 때문이다. 그는 “포켓FM은 미국 성우를 고용하고 제품을 현지화한 결과 출시 1년 반 만에 연간반복매출(ARR)이 약 20만달러에서 2억달러로 1000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굿워터캐피털은 지난 6월 글로벌 K뷰티 기업 미미박스가 진행한 650만달러(약 90억원) 규모 펀딩을 주도했다. 3월에는 인공지능(AI) 기업 뤼튼의 1080억원 규모 시리즈B 라운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샤오 심사역은 “한국이 앞서 있는 여러 산업은 글로벌 트렌드를 미리 보여주는 만큼 플레이어를 만들어낼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