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물려주는 절차가 아니라 남은 가족의 삶을 지켜주는 마지막 설계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얼마를 남길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특히 첫 번째 상속 과정에서의 세금 문제만 고려할 뿐 두 번째 상속세 부담은 간과할 때가 많다. 준비 없는 상속은 예상보다 큰 세금으로 가족에게 남겨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남편의 자산이 먼저 상속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기대수명은 80.2세, 여성은 86.6세로 여성이 더 길다. 이 때문에 남편이 먼저 별세하면서 아내와 자녀에게 자산이 이전되고, 이후 아내의 자산이 다시 자녀에게 상속되는 ‘두 차례 상속’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첫 번째 상속에서는 배우자 상속공제로 최대 30억원까지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상속에서는 배우자가 없으므로 이 공제를 적용할 수 없다. 결국 자녀가 고스란히 세금을 떠안게 되고, 상속세가 누진 구조이기 때문에 두 번째 상속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1차 상속 이후 2차 상속까지 대비한 자산 이전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사전 증여다. 자녀, 손자녀 등에게 일부 자산을 미리 증여해 두면 상속 재산을 줄이고 세금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물론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시기를 나눠 계획적으로 증여하면 전체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예컨대 일정 기간마다 소액을 증여하거나 여러 가족 구성원에게 분산 증여하는 방식이 있다. 이렇게 하면 장기적으로 가족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 총액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상속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특히 두 번째 상속세는 많은 이들이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다. 따라서 생전에 부부가 함께 자산의 흐름을 설계하고, 전문가와 상담해 맞춤형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단순한 절세 차원이 아니다.
진정한 상속은 ‘얼마를 남겼는가’보다 ‘가족이 어떻게 지켜갈 수 있는가’에 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재산 자체가 아니라 그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현명한 설계다.
송상민 KB라이프 KB STAR 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