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23일 게재된 일본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무역, 투자, 교류 정도의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을 주축으로 약 12개 나라가 가입한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을 염두에 둔 답변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일본 아사히,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 산케이신문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협력기구를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답했다. 아울러 “양자 채널뿐 아니라 한·미·일, 한·일·중, ‘아세안(ASEAN)+3(한·중·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 및 소다자 채널도 적극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태평양 연안국 경제협력기구 신설’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통상환경의 변화와 도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의 공조 필요성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며 “통상, 경제 안보, 공급망, 신(新)에너지, 기후변화 등 핵심 분야별로 정부 간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썼다. 또 “민간 차원의 실질 교류·협력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관세 장벽,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해 한국의 대일 수출은 296억달러, 수입은 475억9000만달러로, 각각 전 세계 수출과 수입에서 4.3%와 7.5%를 차지한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도움 되는 일은 최대한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해원(解?, 원통한 마음을 풂)이라는 말처럼 원한 같은 것을 푸는 과정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번 기회에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더 나아가서는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한일관계 공동의 선언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적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공동선언을 채택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셔틀 외교에 대해 “수시로 왕래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국민 간 교류도 좀 더 확대하고, 실질 협력도 강화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 국민의 출입국 간소화를 위해 전용 심사대를 한시로 운영했는데, 이를 재설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저출생, 고령화, 수도 과밀 문제 등도 일본과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저출산 고령화라는 공동의 문제를 겪고 있다”며 “책 경험을 공유하고 정책 아젠다를 함께 발굴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면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또 “민간 차원에서도 인공지능(AI) 활용, ‘에이지 테크(Age Tech)’ 등을 공유·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일본 정부가 제기하는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꼭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북한과 관련된 다양한 의제를 재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대화 복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또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해제 요청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의 일본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