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금리 인하 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날 미국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고용시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및 이민 정책으로 인해 노동 공급과 수요 모두에서 명확한 둔화가 동시에 발생하는 특이한 균형이 관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급격한 해고 증가와 실업률 상승이라는 형태로 고용시장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해서는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이런 영향이 상대적으로 단기적일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에 대한 확신이 다소 커졌다”고 말했다. 그가 관세 영향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고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다만 “관세 인상이 공급망과 유통망에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관세율이 계속 변동돼 조정 과정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관세 영향이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에 걸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관세에 의한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줄어든 근로자들이 회사에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시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위험 균형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방향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이후 8개월 동안 동결한 기준금리를 다시 낮추겠다는 뜻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1.6%, 나스닥은 2% 넘게 상승(미 동부시간 오전 11시20분 기준)했다.
잭슨홀=빈난새/워싱턴=이상은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