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리거’ 김민솔의 반란이 이틀째 이어졌다. 22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우승상금 2억7000만원·총상금 15억원) 2라운드까지 김민솔이 선두를 지켰다. 전날 10언더파를 치며 코스 레코드를 세운 데 이어 이날도 6타를 줄였다. 중간 합계 16언더파 128타, 이는 이 대회 36홀 최소타 기록이다. ◇‘메이저급 그린’ 적응하자 버디 행진
이날 김민솔은 이글 1개, 버디 6개에 보기 2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전날 그가 이글 1개, 버디 8개로 10언더파 62타를 쳤을 때만 해도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경험’이 가장 큰 변수였다. 2006년생인 김민솔은 178㎝의 큰 키에 장타를 겸비한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골프 단체전 은메달리스트다. 지난해 7월 프로로 전향한 뒤 정규투어 입성을 노렸지만 시드순위전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해 올해 드림투어에서 뛰어야 했다.
드림투어에서 김민솔은 대적할 선수가 없는 압도적 강자다. 상반기에만 4승을 거두며 드림투어 역대 단일시즌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정규투어에서는 ‘풋내기’다. 이번이 다섯 번째 정규투어 출전, 72홀 대회로는 네 번째다. 김민솔이 선두로서의 부담감, 낯선 정규투어 코스에서의 적응,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김민솔은 ‘코스 레코드’가 운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날 오전 8시7분 10번홀(파5)에서 경기를 시작한 그는 세 번째 홀인 12번홀(파4)에서 4m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기록했다. 그는 “오전에 경기를 하다 보니 어제보다 그린스피드가 더 빨라서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 첫 보기였지만 김민솔의 멘털을 흔들지는 못했다. 15번홀(파4)에서 샷 이글로 단숨에 언더파로 전환한 그는 이후 버디 6개를 추가하며 한때 17언더파까지 내달렸다. 마지막 9번홀(파4)에서 1.4m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한 것이 아쉬웠지만 이틀 연속 선두를 지키는 데는 충분했다. 이다연(중간 합계 14언더파)을 2타차로 앞서 챔피언 조로 무빙데이에 나선다. ◇경험 부족, 패기로 이겨낼까이번에 김민솔이 우승하면 곧바로 정규투어 풀시드를 딴다. 2023년 E1채리티 오픈의 방신실, 이달 초 삼다수 마스터스의 고지원에 이어 또 한 명의 신데렐라가 나올지 골프팬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민솔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경험’이다. 기본기로는 이미 투어 정상급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1라운드에서 김민솔은 티샷 비거리 평균 263.26야드로 출전 선수 가운데 최고 장타자로 뽑혔다. 2라운드에서도 아이언, 웨지, 퍼터를 골고루 잘 다루며 선두를 지켜냈다.
이제 3라운드 무빙데이가 김민솔에게 본격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열아홉 살 김민솔은 지난주 메디힐·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선두그룹으로 경기에 나섰다가 오버파를 치며 난항을 겪은 바 있다. 또다시 주어진 선두그룹의 기회에 대해 김민솔은 “아직 1부 투어는 내 무대가 아니어서인지 부담보다는 이 상황 자체가 재밌다”며 “앞서 몇 번의 기회에서는 제가 욕심을 많이 가져서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챔피언 조에서 경기하더라도 평소와 똑같은 마음으로, 제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를 “성장하고 있는 선수”라고 소개한 김민솔은 “처음에 너무 급하게 나가지 말고 제 플레이에 스스로 피드백을 하면서 쳐야 4일간 경기력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내일도 초반에 욕심부리지 않고 기회를 기다렸다가 잡아채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김민솔은 곧바로 25일 시작되는 드림투어에 출전해야 한다. 그는 “드림투어 우승보다 정규투어 우승을 먼저 하고 싶다”며 이번 대회 우승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1부 투어 터줏대감들의 응전도 만만치 않았다. 투어 통산 8승, 이 가운데 3승을 메이저에서 거둘 정도로 큰 대회에 강한 이다연은 이날 6타를 줄이며 김민솔을 바짝 압박했다. 노승희와 정윤지도 이날 각각 7타를 줄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포천=조수영/장서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