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기선 만난 빌 게이츠…IT·SMR 협업 러브콜

입력 2025-08-22 17:28
수정 2025-08-23 01:19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가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정보기술(IT), 소형모듈원전(SMR) 등과 관련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첨단 정보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게이츠재단과 협업해 글로벌 사회공헌활동(CSR)을 강화하는 것도 미팅 테이블에 올랐다. 최첨단 기술 트렌드에 정통한 게이츠 이사장과 협업해 에너지·바이오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첨단 기술 활용한 CSR 논의이 회장은 2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게이츠 이사장을 만났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만난 건 2022년 8월 이후 3년 만이다. 이들은 오찬을 함께하며 글로벌 CSR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뒤 재단을 통해 보건과 빈곤, 교육 문제 해결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에선 두 사람이 ‘제2의 RT(reinvent the toilet·친환경 화장실)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이츠재단은 2011년 시작한 신개념 위생 화장실 보급 프로젝트인 RT가 기술적 난제에 부딪히자 2018년 삼성에 도움을 요청했고, 삼성은 3년 연구 끝에 제품을 개발했다. 게이츠재단은 삼성의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가정용 RT를 하수시설이 없거나 물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 제공하고 있다. ◇SMR 사업화 전략 논의최 회장은 전날 서울 서린동 SK서린빌딩에서 게이츠 이사장을 만나 SK가 2대주주인 미국 테라파워의 SMR 기술 개발과 사업화 전략 등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SMR의 안전성과 효율성,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시장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을 함께하자”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차세대 SMR의 빠른 실증과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 수립과 공급망 구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렇게 되면 SK와 테라파워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했다.

SMR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사고 확률이 대형 원전의 1만분의 1에 불과해 미래 전력난을 해소할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테라파워는 이 중에서 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FR은 고속 중성자가 핵분열하며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소듐)으로 냉각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 캐머러에 30만 가구(시간당 345㎿)가 쓸 수 있는 SMR을 2030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짓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를 투자해 2대주주가 됐다.

정기선 수석부회장도 이날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SMR 공급망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는 2022년 11월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약 42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 6월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HD현대는 지난해 12월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에 들어가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HD현대 관계자는 “3월 양사가 맺은 업무협약(MOU)을 중간 점검했다”며 “추가 납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김우섭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