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2일 15: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여천NCC의 신용등급 하향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의 재무 악화와 침체된 석유화학 업황 등을 감안하면 현재 여천NCC의 '신용등급 A-(부정적)'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하지만 신용등급 하향이 현실화될 경우 여천NCC를 시작으로 석유화학 업계 전반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22일을 기준으로 여천NCC에 A-(부정적)의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시장의 평가와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시장에서 유통되는 여천NCC의 채권 금리는 10~15%대로 리솟아 이미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어서다.
특히 공동 대주주인 한화와 DL의 갈등으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신평사들 내부에서도 "신용등급 하향 요건이 충족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등급이 하락할 경우 곧바로 발동되는 '트리거 조항'이 걸림돌이다. 여천NCC는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면 400억원, 두 단계 하락 시 300억원 등 총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즉시 상환해야 한다.
부채비율 400% 이하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2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재무비율 준수 의무도 있다. 내년 3월 만기가 다가오는 제73-2회 회사채(600억원), 78회(1500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현재 여천NCC의 부채비율은 현재 380%대로 추산된다. 지난 6월말 338.03%였던 부채비율은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자금 수혈 이후 오히려 치솟았다. 두 회사가 유상증자가 아닌 대여 형태로 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천NCC의 현재 신평사의 하향 가능성 요인은 충족한 상황이다. 한신평은 ‘여천NCC의 유동성 위기설에 대한 의견’에서 △수요침체와 공급부담 심화 등으로 수익성 부진 지속 △재무부담이 완화 지연 △별도기준 부채비율 지표가 350%를 지속적으로 초과하는 상황 등을 위험 신호로 제시했다.
신평사들은 현재 여천NCC의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지만, 공식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의견은 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대주주 유상증자 여부가 신용등급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주주인 한화와 DL이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신용등급 하락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