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 쏠린다. 21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열리는 연례 경제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내놓을 발언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둘째 날인 22일 오전(한국시간 오후 11시) ‘경제 전망과 정책 체계’를 주제로 연설에 나선다.
Fed는 다음 달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하고 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2년 고물가를 잡기 위해 가파른 긴축에 나섰던 Fed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하 기조로 전환했다. 다만 관세 인상으로 물가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어 Fed의 결정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 7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9% 상승해 전문가 전망치(0.2%)를 크게 웃돌았다. 도매물가로도 불리는 ppl은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진다.
Fed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FOMC 회의록을 보면 다수 위원이 현행 4.25~4.50% 금리 유지를 지지한 반면,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경기 둔화를 우려하며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서로 다른 소수 의견이 두 명 이상 나온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정치적 압박도 거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공석이 된 Fed 이사직에 자신의 측근을 앉히며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37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와 막대한 이자 부담을 이유로 집요하게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매년 1조 달러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간절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압박과 물가 불안이 겹치면서 파월 의장이 이번 잭슨홀에서 어떤 시그널을 줄지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된다.
이 같은 대외 변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은은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파월 의장이 매파적(긴축적) 메시지를 낸다면 환율 불안이 심화돼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한편 내년 5월 임기를 마치는 파월 의장에게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잭슨홀 무대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 경제학자들이 모여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국제 학술 행사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