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에 3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짓는 정비계획안이 16년 만에 확정됐다. ‘최대 규모 판자촌’이란 별칭을 가진 강남구 구룡마을은 내년 말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표류하던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가 최근 일제히 속도를 내고 있다.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사마을, 하반기 착공
서울시는 노원구 중계본동 30의 3 일대 백사마을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변경안을 최종 고시했다고 21일 밝혔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도심 철거 이주민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곳이다.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주거 환경이 열악했다.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시행자 변경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16년간 사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서울시와 주민, 전문가 등이 150회 이상 소통의 장을 이어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백사마을은 지하 4층~지상 35층, 26개 동, 3178가구 대단지로 재개발된다. 기존 계획(2437가구) 대비 741가구 늘어난 규모다. 분양주택은 2613가구이고, 임대주택은 565가구가 공급된다. 일반 분양 물량은 1353가구다. 임대주택은 구역 내 세입자에게 200가구를 공급하고, 나머지는 서울 내 재개발사업 철거 세입자 등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원래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획지를 구분해 정비사업을 추진했는데, 이 경계를 허문 ‘소셜 믹스’를 도입해 위화감을 없애기로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백사마을 이주는 98%가량 이뤄졌고, 철거는 약 65%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11월이면 철거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연내 공사에 착수해 2029년 상반기 준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장이 불암산 자락에 있는 만큼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친화형 공동주택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근에 경전철 동북선이 들어설 예정이다. 중계동 학원가가 가깝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강남 구룡·성뒤마을 ‘관심’강남권에선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남 개발이 본격화한 1970~1980년대 철거민이 모여들며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최초 지정됐다. 개발 방식에 대한 이견 등으로 개발이 더뎠지만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따르면 구룡마을엔 주상복합과 공동주택을 포함해 총 3739가구가 지어진다. 용도지역을 상향해 단지 규모를 대폭 늘렸다. 현재 기본설계가 진행 중이다. 내년 말 착공해 2029년 11월 준공하는 게 목표다.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도 ‘강남권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린다. 최고 20층, 1600가구 조성이 계획돼 있다. A1블록엔 SH가 900가구를 공급하고, B1블록엔 700가구 규모 민간 아파트가 들어선다. 내년 3월이면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준공 목표 시점은 2029년 3월이다.
성북구 정릉동 정릉골도 서울 내 주요 판자촌 미개발지다. 정릉골엔 고층 아파트가 아닌 1411가구 규모 ‘타운하우스’ 단지가 들어선다. 다만 조합 내부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일대도 신속통합기획 추진 움직임에 들썩이고 있다. 6·25전쟁 피란민이 터를 잡은 마을이다. 달동네·판자촌 재개발은 무허가 건축물이 많아 보상과 명도, 공사비 상승 등 문제가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비교적 외곽에 있는 만큼 도심 재개발 사업장에 비해 주택이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서울 주택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