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뒤 우울증을 앓아온 소방대원이 실종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정황이 없다고 보고 조만간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20일 시흥시 금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에서 모 소방서 소속 A씨(30)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극단적 선택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가 발견됐으며,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유족 뜻에 따라 부검은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10일 오전 2시 30분쯤 남인천요금소를 통과한 뒤 차량을 갓길에 세우고 약 9km를 걸어 사망 지점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이 없고 변사 사건으로 종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A씨는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현장에 지원을 나갔다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으며, 이후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참사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망자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옮겼다"며 "유가족의 마음을 생각하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실종 직전에는 가족과 지인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싸운 청년을 떠올리니 마음이 아프다"며 "재난·대형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적 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 대책 회의도 추모 성명을 내고 "소방관과 구조 인력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정진욱 기자
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