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스테이블코인 삼국지…'디지털 달러' 패권에 도전장

입력 2025-08-21 16:52
수정 2025-08-22 07:07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이 잇달아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임박했고, 중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위안화 국제화 로드맵을 검토 중이다. 한국도 법제화를 추진 중이나, 한국은행과 정부 간 시각차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달러' 패권에 맞설 새로운 도구로 부상했다고 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공급량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독주 체제다.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점유율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디지털 달러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각국이 경각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자국 법정화폐 가치를 지키고 가상자산 시장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일본,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임박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및 도입에 가장 앞서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재작년 자금결제법 개정을을 통해 일찍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화표시자산'으로 정의하고, 은행·신탁회사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발행을 지원해왔다.

일본 금융청은 이달 내로 핀테크 기업 JPYC를 자금이동업자로 등록하고,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최초로 승인할 예정이다. JPYC는 '1JPYC=1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예금과 국채 등 유동성 높은 자산을 담보로 보유하며, 향후 3년간 1조엔(한화 약 9조5000억원) 규모 발행을 목표로 한다.

JPYC는 등록을 마친 뒤 수주 내 판매를 시작한다.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송금, 법인 결제, 블록체인 기반 자산운용 서비스에 활용될 전망이다.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리차 수익을 겨냥한 캐리 트레이드 활용 논의도 나오고 있다.

오카베 JPYC 대표는 "JPYC가 널리 채택될 경우 일본 국채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 측면을 고려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및 도입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중국, 위안화 국제화 카드로 스테이블코인 낙점중국도 위안화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커지자 달러를 견제하고 위안화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달 말 고위 지도부 차원의 연구 회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정책 방향을 확정하고, 8월 말에는 '위안화 국제화 로드맵'을 승인할 예정이다. 로드맵에는 글로벌 위안화 채택 확대, 규제 기관의 책임 분담, 리스크 관리 방안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위안화 국제화에는 한계도 뚜렷하다. 국제 결제 플랫폼 스위프트(SWIFT)에 따르면 지난 6월 위안화의 글로벌 결제 점유율은 2.88%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달러화는 47.19%를 차지하며 절대적 우위를 유지했다.

로이터는 "중국은 홍콩 등 일부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제한적 연결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본을 배치하고 있으나, 이런 구조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위안화 국제화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한국, 제도화 속도전 속 한은과 온도차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정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돼 지급결제 수단과 국경 간 자금이동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20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를 조속히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 간의 시각차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 주도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추진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발행을 우려하는 등 신중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본자유화를 허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사실상 원화 예금을 해외에 보유하는 것과 같아 자본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 면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발행 총량을 규제한다 하더라도 경제 상황에 따라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금융위, 한은 등 규제 당국들 간의 의견 일치가 우선돼야 한다"며 "한은의 주장대로 외환법 개정, 단기 국고채 발행 우려 등으로 인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도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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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