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국민의힘…전당대회 앞두고 제기된 '분당' 가능성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5-08-21 20:17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를 뽑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당내 주자들이 상대 후보를 향해 '나가서 새 당을 차리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상황에 이르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분당 가능성 100%'라는 말까지 나왔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문수 후보나 장동혁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를 가정하며 "국민의힘은 100% 분당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현재 양강으로 꼽히는 만큼, 이변이 없다면 국민의힘이 분당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박 의원은 "어제(20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계열 모 인사를 만났는데, 장동혁이 당 대표가 되면 자기들은 탈당한다더라"라며 근거도 제시했다.

그는 "저는 '윤석열·김건희·전한길과 행동하는 김문수·장동혁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분당'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건전한 보수 세력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보고, 그대로 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분당 시점은 8·22 전당대회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野 주자들, '탈당' 논쟁…전대 후엔 '분당'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실제로 '분당'과 연관된 단어가 노골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당권 주자인 조경태 후보는 전날 YTN 라디오에서 장동혁 후보를 겨냥하며 "나가서 극우 정당을 만들든, 다른 살림을 차리든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장 후보가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 씨 중 재·보궐 선거에서 누구를 공천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한길'을 고른 데 대한 반격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도 전날 방송 토론이 끝난 뒤 장 후보를 겨냥해 “계엄을 옹호하는 분은 밖에 나가서 같은 의견을 가진 분과 당을 차리고 활동하는 게 훨씬 좋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장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당원들이 나를 당 대표로 뽑아주면 조경태 의원은 내란 동조 세력이 있는 당에 남을 것이냐"고 반문하며 맞불을 놨다.

조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세력을 향해 "인적 쇄신위원회를 꾸려 반드시 내보내겠다"고 한 발언까지 더해지며, 탈당·제명 공방은 분당 우려로 직결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초기부터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는 말이 나돌았을 만큼, 정치권에서는 실제 분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당의 지지율이 매우 낮고, 선명성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는 분당할 가능성이 실제로 커진다고 본다"며 "새로운 정치적 입지를 노리는 세력이 분당 카드를 현실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전당대회 이후 '분당 시계' 부목…"내년 지방선거도 고비"물론 당내에서는 당장 분당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재영 전 의원은 전날 저녁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분당할 에너지가 없다. 분당을 해도 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분당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하는데, 그건 국회의원 공천 때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 전 의원은 "본인들의 자리가 위태로워지거나 그걸 지켜야 할 순간이 오는 2028년 총선 때가 임박해야지만 분당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지금은 나올 일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분당을 겪어서, 다시 합당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을 것"이라며 "의견이 안 맞는다고 갈라서는 건 정치가 아니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결국 '분당 시계'를 앞당길지, 아니면 숨 고르기에 들어갈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친윤계와 혁신파의 갈등과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를 둘러싼 노선 논쟁이 전대 이후에도 이어질 경우, 당내 균열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전당대회 직후가 아니라면 특히 내년 지방선거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공천과 선거 결과를 두고 내홍이 깊어지면서, 봉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