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으로 부동산 서비스도 ‘커스터마이징(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자에 맞춰 조정·변경하는 방식)’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최근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계에서는 타깃층을 정해 ‘더 잘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에서는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라며 정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4년 차 프롭테크 기업 부톡은 다음 달 중 인공지능(AI) 기술과 공간정보를 결합한 ‘PropAI 3.0’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다고 25일 밝혔다. 부톡 플랫폼에서는 챗 GPT에 물어보듯 자체 AI 채팅봇과 부동산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원하는 매물 선택지를 주는 알려주는 것은 물론 전세 사기 위험군 여부도 검증하고, 수수료도 최대 반값까지 알아서 깎는다. 이훈구 부톡 대표는 “AI가 플랫폼 내 사용자 거주지 매물 수요에 맞춰 중개수수료를 조정하는 기술 모델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프롭테크 선두 주자인 직방과 호갱노노는 지난 5월부터 예비·신혼부부를 타깃 삼아 수도권 아파트를 추천하는 ‘찾아줘 신혼집’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산과 입지 조건, 반려동물 여부 등 정보를 입력하면 직방의 자회사와 제휴된 중개사와 연결돼 매물을 추천받는 방식이다. 앱 플랫폼을 활용한 영상 상담 기능으로 시공간 제약을 덜 받으며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고객층에 효율적인 주거 선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업체들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노리기도 한다. 기업 고객에게 특화한 부동산 데이터를 제공해 차별화하거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함이다. 상업용 부동산 프롭테크 기업 부동산플래닛은 게임 회사 크래프톤과 협약을 맺고 앞으로 5년 동안 크래프톤 임직원을 대상으로 중개 서비스를 연계하기로 했다. 프롭테크 기업 알스퀘어는 지난 21일 자회사 알스퀘어베트남을 통해 베트남 현지에서 인터랙티브 지도 UI(사용자 인터페이스) 기반 오피스·공장 등 시설 매물을 비교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실무자용 B2B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프롭테크 시장은 2020년도 전후 저금리 시기 부동산 활황과 더불어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12·3 비상계엄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을 거치며 폐업 사례가 늘었다. 업계에서는 각종 기술을 활용한 타깃 맞춤형 프롭테크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현상을 시장 회복의 한 신호로 보고 있다. 조인혜 한국프롭테크포럼 사무처장은 “새 정부에서 스타트업 중소기업 벤처 투자가 재개되면 프롭테크 업계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