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돼 수감 중인 남성 극우 활동가가 '사회적 성별 전환'을 역이용해 여성교도소에 들어갔다.
20일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에 따르면 극우 활동가 마를라 스베냐 리비히(53)는 독일 동부 작센주의 켐니츠 여성 교도소 복역을 통보받았다. 다만 리비히는 이후 복역에 앞서 입소 면접을 볼 수 있고, 교도소 내 안전과 질서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며, 이는 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비히는 성소수자를 "사회의 기생충"이라고 표현하는 등 증오 선동·모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리비히는 2023년 7월 1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5월 형이 최종 확정됐다. 현재 리비히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재판 과정에서 리비히의 기행은 이어졌다. 리비히는 지난 1월 성소수자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돌연 자신의 사회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성별자기결정법'의 허점을 노린 것.
독일의 성별자기결정법은 14세 이상 성인과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미성년자는 법원의 허가 없이 행정상 성별과 이름을 스스로 바꿀 수 있도록 규정한다. 성전환 수술도 필요 없다. 정신과 전문의 진단과 법원 판단을 거쳐야 하는 기존의 절차를 불필요한 인권 침해로 간주하고 자기 결정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리비히는 할레 지역에서 정기적인 우익 극단주의 시위를 조직한 것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녹색당 정치인 레나테 퀴나스트를 비롯한 정적들을 반복적으로 모욕하고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증오를 조장했다. 2016년 이후 리비히는 폭행, 모욕, 탈세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유죄 판결받기도 했다.
성별을 가꾼 후 리비히는 자신을 말라-스벤야(Marla-Svenja)라고 부르고 있다. '스벤'이라는 이름을 여성형 '서베냐'로 바꾼 것이다. 또한 수염을 기른 채 립스틱을 바르고 귀걸이를 착용하고 자신을 "정치적으로 박해받는 여성 인권 운동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 교도소에서 다른 죄수들의 안전을 위해 그를 독방에 수감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자, 리비히는 20일 X에 "독방 감금은 고문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완전히 정상적인 여성"이라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