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변호사들의 변호사' 인터뷰]
고범석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사건 해결의 출발점은 의뢰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역할이 사건 수행 과정에서 의뢰인의 심적 고통과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의 변호사’를 묻는 한경비즈니스 설문에서 경쟁 로펌 변호사들은 ‘진정성’과 ‘최선’, ‘정성’, ‘사건에 대한 몰입’, ‘탄탄한 변론’을 이유로 고 변호사를 뽑았다.
그는 판사 출신 변호사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6년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심의관, 사법연수원 교수로 근무했다. 법무법인 광장을 거쳐 지난해 태평양에 합류한 고 변호사는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한 상장폐지결정 무효확인 사건에서 전무후무한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많은 변호사들이 ‘내 사건을 맡기고 싶은 변호사’로 꼽았다.
“의뢰인에 대한 진정성을 동료 변호사들이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건 해결의 첫걸음은 의뢰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있다. 사건의 수행과정에서 의뢰인이 겪는 심적 고통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이고자 노력한다. 그러한 마음이 전달된 것 같다.”
-직업에 대한 철학이나 원칙이 있다면.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이다. 규모가 큰 사건을 위주로 하는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 개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동료 변호사들과 목표를 공유하고 협업과 분업을 조화롭게 이끌어낼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존중과 신뢰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가치이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사건을 하나 소개해 달라.
“상장회사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결정의 무효확인을 받은 사건과 대형 펀드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두 사건 모두 우리 자본시장에 전례가 없었다. 새로운 법리를 주장하여 법원을 설득한 결과 1심부터 상고심까지 모두 승소 내지 무죄를 확인받을 수 있었고 내가 자본시장법 관련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최종 승부를 가르는 본인만의 ‘결정적 한 수’는 무엇인가.
“답을 찾으려는 마음에 있다. 마음속에서 해결책을 찾고 또 찾는다. 때로는 마음속에서 해결책이 찾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커리어에서 전환점이 된 사건은.
“법원 재직 시 부산지방변호사회가 우수법관으로 2년 연속 선정했다(2015년 3위, 2016년 1위). 법관으로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6년 넘게 몸담았던 법원을 그만두고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가 되었을 때, 현재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이직하였을 때가 법조인으로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두 로펌 모두 법조인으로서의 능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후배 변호사에게 조언한다면.
“법조인이 가고자 하는 길은 무한한 헌신과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흙길이다. 그러나 지나고 돌이켜 보면 보람 가득한 꽃길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 법률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는 어떤 모습일까.
“변호사 역시 AI와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방대한 자료를 일시에 섭렵하여 신속하게 답을 내는 AI를 따라잡기가 벅찬 상황에서 AI와 경쟁만 하기보다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의 가치에 집중하는 것은 그 출발이 될 수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7대 로펌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특별 설문을 진행했다. ▲법정에서 상대로 만나기 싫거나 ▲자문 사건에서 상대 대리인으로 만나기 꺼려지는 변호사 혹은 ▲‘내 사건을 맡기고 싶은’ 경쟁 로펌 변호사를 직접 꼽아 달라고 물었다. 7대 로펌에 재직 중인 최정예 전문가 군단이 인정한 ‘변호사들의 변호사’다. 설문은 총 240명의 유효 응답(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지평 소속 변호사)을 받았다. 이름과 소속이 불명확하거나 응답자와 같은 로펌에 재직 중인 변호사를 꼽은 답변은 제외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