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법률시장의 언어를 재해석해 전달하는 일" 김원 김앤장 변호사[변호사들의 변호사]

입력 2025-08-26 06:30
수정 2025-08-26 06:31
[커버스토리 : '변호사들의 변호사' 인터뷰]



김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변호사의 언어가 아니라 고객의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의뢰인(고객)의 진정한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송 하나가 일생일대의 사건인 이들을 위해 변론하는 김 변호사가 갖고 있는 ‘직업 철학’이다. 그 진정성 덕에 소송에서 상대방으로 만난 기업이 후에 고객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그는 “‘프로페셔널’이라 불리는 직업은 끊임없이 지식과 기량을 갈고닦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변호사들이 ‘내 사건을 맡기고 싶은 변호사’로 꼽았다.
“고객과의 소통과 법정에서의 명료한 변론이 이유라고 생각한다. 변호사의 언어로만 소통하지 않고 고객의 언어로 소통하며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방통행인 자문이 아니라, 고객에 필요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업에 대한 철학이나 원칙이 있다면.
“자문 업무이든 분쟁 대응이든 고객이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일은 ‘고객에게 매우 중대한 사안’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조는 고유의 문화, 언어 등이 있고 심지어 같은 법조 내에서도 직역에 따른 차이가 있다. 고객이 법조 고유의 문화, 언어 등에 익숙해지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가 고객의 사업, 기술, 문화, 언어 등을 이해하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법률서비스가 그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기억에 남는 사건을 하나 소개해 달라.
“과거 1심에서 원고 청구가 모두 기각된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관한) 사건을 2심에서 담당한 적이 있다. 새로 시작하는 사건처럼 사실관계, 근거 자료를 확인하고 1심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서면을 제출하고 변론한 뒤에 2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양측 각각 20분 정도씩 PT를 했는데 고객이 ‘이렇게 속시원한 PT 변론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는 판결을 받아 기억에 남는다. 선례가 중요한 법조에서 외국 사례를 철저히 검토해 대법원 판례 변경을 이끌어냈던 사건도 기억에 남는다.”

본인만의 무기인 ‘결정적 한 수’를 꼽는다면.
“법률가의 언어로 복잡한 기술 관련 쟁점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재산권(IP) 업무 중에는 기술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 적지 않다. 법률가는 기술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고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배우거나 관련 분야에서 업무를 하는 분들은 법률 문제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데 원래 과학과 공학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고객사의 비즈니스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 관련 쟁점을 명쾌하게 변론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커리어에서 전환점이 된 사건은.
“2년 차 시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 회사를 상대로 저작권 관련 소송에 관여했다. 주니어임에도 법정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해당 사건이 종료되고 2~3년 정도가 지난 뒤에 상대방이었던 게임 회사가 나를 찾아왔다. 특허소송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의 2심을 대리를 맡아 달라는 요구였다. 경험이 부족한 주니어 변호사였음에도 최선을 다한 변론이 상대방이었던 회사에 좋은 인상을 주게 됐고 새로운 사건에서의 의뢰를 통해 인연을 맺은 뒤 15년 이상 고객-대리인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

후배 변호사들에게 조언한다면.
“법조인은 ‘프로페셔널’로 불리는 직업이다. 이는 해당 자격을 부여 받기 전에 충분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페셔널로 불리는 직업은 끊임 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량 등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언젠가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자신이 제공했던 법률서비스가 최선이었는지 자문하고 부족한 점과 개점을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

변화하는 법률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발전된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으면서 법률서비스 기본에 충실한 변호사가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라고 생각한다.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훌륭한 기초 자료가 있다 해도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 분쟁 상황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변호사로서의 기본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