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투자, 대출, 공공입찰 참여 등에서 강도 높은 불이익을 받는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큰 기업에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등 주주권도 행사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자칫 기업의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과도한 주주 개입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적용 범위를 기존 ‘지배구조’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내용의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경영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239개(작년 말 기준)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해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중대재해 관련 금융부문 대응 간담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에 중대재해 관련 리스크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ESG기준원 등이 기업의 ESG 등급을 평가할 때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운용사는 ESG 등급이 특정 기준에 미달하면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앞으로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되는 기업에서 기관이 자금을 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통해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위험관리를 개선하는 데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안전 불감 기업은 공공입찰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큰 건설사 등은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의 경영 개입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7.61%·6월 말 지분율), 현대건설(11.72%), GS건설(8.6%), DL이앤씨(12.57%), HDC현대산업개발(13.63%) 등의 주요 주주다.
서형교/신연수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