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칩 경영 간섭하나…삼성·SK하이닉스 '당혹'

입력 2025-08-20 17:36
수정 2025-08-21 01:55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투자 보조금을 받기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와 글로벌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 또는 현지에 구축 예정인 첨단 생산 시설에 대한 지분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미국 정부가 대주주로서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텔, 마이크론 등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TSMC와 삼성전자 등에도 보조금을 주는 대가로 지분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에 보조금 109억달러(약 15조250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고, TSMC에는 66억달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엔 각각 47억4500만달러, 4억5800만달러를 주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 반도체 회사에 지분을 요구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반도체업계는 미국 정부가 인텔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진 ‘지분 10%’가 보조금(109억달러)을 시가총액(현지시간 19일 종가 기준 1107억달러)으로 나눈 수치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산식을 삼성전자에 적용하면 미국 정부는 주식 약 1.6%를 요구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삼성전자 주식 1.6%를 주식시장에서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 때문에 미국 내 생산 시설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법인 삼성오스틴반도체를 세웠다. 자산 25조8660억원에 올 상반기 매출 2조2968억원, 순이익 4239억원을 거둔 ‘알짜’ 사업체다.

내년 가동 예정인 테일러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의 지분을 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보조금을 깎거나 지급 자체를 철회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비싼 인건비 등 비용 부담에도 미국 투자를 결정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지분 요구 움직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데다 정부가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대가로 지분을 요구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 반도체 회사 관계자는 “확실해진 건 미국이 공짜로 보조금을 안 주겠다는 것”이라며 “미국 공장 수익성을 맞추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실제로 지분을 가져가면 이를 앞세워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을 장악한 한국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