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비이자이익도 '은행 쏠림' 뚜렷

입력 2025-08-20 17:08
수정 2025-08-21 00:57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이 일제히 늘어난 가운데 경쟁력의 핵심 지표인 순수수료 이익은 은행에 의존하는 구조가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보험,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동력이 미흡한 영향이다. 전체 비이자이익이 증가한 것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영향이 큰 만큼 근본적인 이익 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둔화한 수수료 증가세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수수료 이익은 총 5조7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2023년(7.1%)과 지난해(10.0%)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KB금융은 순수수료 이익 가운데 은행이 차지한 비중이 29.1%(5721억원)로, 전년(28.9%)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신한금융은 순수수료 이익에서 은행이 41.4%(5961억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37.7%에서 40%대로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은행 비중이 30.1%에서 29.7%로, 우리금융은 48.2%에서 46.1%로 하락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카드 수수료와 증권수탁 수수료 등의 증가세가 이전보다 약해진 영향이 컸다.

전체 비이자이익도 외부 효과가 더 작용했다.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채권평가이익이 증가한 가운데 약세이던 원화가 2분기 들어 강세로 전환하면서 외화환산이익까지 불어나면서다. 이 덕분에 4대 금융의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7조2106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는 ‘홍콩 H지수 ELS 손실 사태’ 이후 관련 규제가 한층 까다롭게 바뀌었다. 주요 은행은 다음달 ELS 판매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전만큼 실적이 나올지에 의구심이 붙었다. 그동안 ELS가 빠진 공백을 만회한 방카슈랑스도 성장세를 이어갈지 장담하기 쉽지 않다. 정기예금보다 약간 높은 수익률을 내건 저축성보험이 효자 역할을 했지만, 지금보다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저축성보험의 투자 매력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 불붙는 WB·IB 경쟁4대 금융은 하반기 들어 장기적으로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사업구조를 짜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자산관리(WM) 사업이 대표적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7일 서울 도곡동에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클럽원 PB센터’의 세 번째 지점을 열었다. 우리금융도 이달 아홉 번째 자산관리 특화 점포인 ‘투체어스W송도점’ 영업을 시작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앞다퉈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할 수 있는 최소 위탁재산 기준을 확 낮추거나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수료를 인하한 것도 결국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금융 부문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딜을 주선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으며 직접 투자에도 참여해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4대 금융 계열사인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 상반기 인수금융(리파이낸싱 포함) 주선 실적은 총 6조8586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275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