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공금 횡령 의혹에 '발목'…퇴진 위기 몰린 스페인 총리

입력 2025-08-20 17:06
수정 2025-08-21 01:33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부인 베고냐 고메스가 공금 횡령 혐의로 기소돼 산체스 총리가 퇴진 압박에 직면했다.

마드리드 고등법원 예심부는 19일(현지시간) 고메스가 오는 9월 11일 법정에 출석해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메스는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에 재직하는 동안 개인 업무를 위해 총리실 보좌관을 동원하고 국가 예산으로 급여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직권 남용 및 부패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이번에 공금 횡령 혐의까지 추가됐다.

총리 측은 부인 관련 의혹이 우파 야당 진영의 정치적 공세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극우 성향 시민단체가 고메스를 고발하며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산체스 총리 측근도 줄줄이 사법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산토스 세르단 사회당(PSOE) 사무국장은 건설 계약의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전 교통부 장관과 보좌관은 펜데믹 시기 마스크 구매 계약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번에 부인의 공금 횡령 혐의 기소로 산체스 총리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은 지난달 월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9.8%에서 27%로 하락해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1야당인 국민당(PPP) 지지율은 33.3%다.

야당은 산체스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국민당 소속 한 의원은 이번 고메스 기소와 관련해 X(옛 트위터)에 “스페인은 반려동물을 제외하면 무혐의 측근이 하나도 없는 총리를 가질 이유가 없다”며 “산체스는 당장 사임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해 고메스의 예비 조사가 시작되자 5일간 공식 일정을 중단하고 사퇴 여부를 고민했지만 물러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