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서 하이브리드 라인업 완성…"1위 도요타 잡겠다"

입력 2025-08-20 17:05
수정 2025-08-28 16:14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에 하이브리드카로 풀라인업을 구축한다. 미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넣으면서 모든 차급(세그먼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내연기관차보다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카를 앞세워 미국의 수입차 15% 관세에 대응하고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를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형 하이브리드 첫 출시
20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연내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미국에 출시한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대형 하이브리드카를 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지난 3월 출시한 뒤 7월까지 2만 대 가까이 팔렸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차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가 개발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모터 합산 최고 출력(334마력)이 이전 내연기관 모델(최고 295마력)보다 10% 이상 높아졌다.

기아도 내년 북미 전용 SUV인 텔루라이드 후속 신차(2세대)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소형 SUV 셀토스 후속 모델(2세대)에도 내년에 하이브리드카 모델이 들어간다. 국내에서만 판매 중인 코나(소형) 하이브리드카를 미국에 출시하거나 현재 내연기관 모델만 있는 베뉴에 하이브리드카를 넣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차량이 출시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소형부터 대형까지 전 세그먼트에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갖추게 된다. 지금은 니로(소형)를 비롯해 투싼·엘란트라·스포티지(준중형), 싼타페·쏘나타·쏘렌토(중형), 카니발(미니밴) 등에만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공장에서 추가로 생산할 하이브리드카 모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설립한 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도 하이브리드카를 혼류 생산할 방침이다. ◇판매·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현대차그룹은 당분간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101만2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많아졌다. 현대차그룹도 올 1~7월 전년 동기보다 45.8% 늘어난 16만4913대의 하이브리드카를 미국에 팔았다. 미국 판매에서 하이브리드카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1.8%에서 15.7%로 높아졌다. 미국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종료하는데, 하이브리드카 인기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차보다 10%가량 비싸다. 같은 플랫폼을 쓰면서도 가격이 비싸 수익성은 더 높다. 특히 대형 SUV는 미국 자동차 시장 내 주력 차종으로 현대차그룹은 ‘인기 있는 차종’에 ‘상품성 있는 엔진’을 더 많이 장착해 관세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이 전 세그먼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면서 내년부터 도요타와의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지난달 기준 미국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54.9%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소형과 중형 차량뿐 아니라 대형 SUV(하이랜더)와 대형 픽업트럭(툰드라)도 하이브리드카를 팔고 있다. 도요타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하이브리드카 92만2000대 가운데 대형 하이브리드카 비율이 36%(33만 대)에 이를 정도다. 도요타는 5월 신형 SUV 라브4를 출시하면서 내연기관을 단종시키고 하이브리드 모델만 내놨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폐지 영향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꺾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카 판매를 늘리기 위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김보형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