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0일 10: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년간 국내 상업용 부동산 유동화 및 간접투자 시장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리츠(REITs)와 부동산 펀드의 도입으로 고정자산 중심 시장이 유동화 가능한 금융상품으로 전환되었고, 자산운용사가 취급하는 상품도 초기 단순한 배당형 오피스 투자에서 시작해 리테일 유동화, 복합개발, 임대주택 리츠, 블라인드 펀드 조성, 공공기관 자금 위탁운용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블라인드 펀드는 운용사의 투자 영역을 넓히며 기존의 정형화된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운용 기법을 적용하는 시대를 열었다. 이제 부동산 자산운용시장은 ’선택의 시대’로 진입했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수익률 달성을 넘어 운용사의 역할이 다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어느 운용사?’를 넘어 ‘어떤 운용역?’에게 자산을 맡길 것인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다. 펀딩과 투자 단계에서 운용역이 갖추어야 할 자질그렇다면 부동산 자산운용사의 운용역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전문가’는 많지만, ‘존경받는 운용역’은 드물다. 존경은 전문성 위에 신뢰와 책임감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존경받는 운용역은 투자자의 자산을 내 자산처럼 생각하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며 사업 계획을 달성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낸다.
운용역은 다양한 섹터를 다룰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블라인드펀드(Blind Fund), 밸류에드(Value-add), ESG 구조화 등 고도화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자산운용사의 인재상도 단순한 ‘전문가’에서 ‘존경받는 운용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운용역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덕목에 대해서 살펴보자
1) 대체투자는 보수적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대체투자상품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지점에 놓여 있는 자산군이며, 특히 부동산은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운용역은 대체투자의 본질을 이해하고, 매입부터 매각에 이르기까지 항상 보수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과거, 무리한 가정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설정된 상품들이 있었다. 공격적인 임대 가정과 낙관적인 시나리오 때문에, 수익은 항상 사업 계획에 미달했고, 비용은 예상치 못한 공사 발생, 인건비 상승 등을 커버하지 못했다. 운용역은 보수적 가정과 분석을 토대로 운용 전략을 세우고, 충분한 예비비를 책정하여 리스크에 대비하며, 시장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대응해야 한다.
2) 모든 것은 기본에서 출발한다.
부동산 자산운용의 출발은 밸류에이션(Valuation)이다. 모든 업무는 적절한 가치를 평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자산운용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부동산의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이를 숫자로 표현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의 돈을 운용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철저한 교육과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다.
부동산 활황기에 많은 사람이 업계로 진입하였고, 저금리와 유동성 과공급에 힘입어 어렵지 않게 투자 상품을 만들어냈다. 가끔은 준비도 없이 입찰에 참여하고 투자자 마케팅과 펀딩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리더의 자리에 있으면 곤란하다.
과정은 팀원들의 시간과 노력으로 커버하고, 결과는 용역과 외주로 포장하며, 실적은 본인이 모두 가져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투자 상품은 대부분 사업 계획에 미달하기 마련이다. 가끔 운 좋게 시장 훈풍에 힘입어 매각차익으로 손실을 만회했지만, 결과만 좋다고 해서 성공적인 투자인지는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목표 수익률 달성과는 무관하게 잘 된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3) 워크에식(Work Ethic)이 없으면 딜을 마무리할 수 없다.
최근에 설정한 부동산 펀드는 우여곡절 끝에 입찰부터 클로징까지 무려 10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투자자, 매도자, 금융기관, 자문사, PM, FM를 비롯하여 39개 회사, 123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함께 했던 운용역들의 워크에식이 없었다면,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동산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만 비로소 딜 클로징이 가능하다. 운용역은 항상 협업의 중심에 있으며 많은 기관과 사람들을 조율하는 능력이 필수다.
최근 시장은 금리, 경제성장률, 관세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져서, 딜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중단되거나 지연되기도 한다. 아무리 단순한 딜이라도 시장 변화, 파트너들의 이탈, 매도자의 변심 등 수많은 난관을 맞이하게 되는데, 운용역이라면 적어도 3가지 자질(1. 대체투자에 적합한 보수적 가정과 2. 기본에 충실한 투자 그리고 3. 워크에식)을 갖추어야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게 해준다. 다음 칼럼에서는 운용과 매각 단계에서 운용역에게 필요한 덕목들을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