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라면업체 농심이 내놓은 ‘배홍동칼빔면’이 출시 반년도 안 돼 판매 1000만 봉 돌파를 앞두고 있다. 치열한 여름철 비빔면 시장에서 경쟁사와 다르게 널찍한 면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한 덕이다. SNS에서 소비자들이 배홍동칼빔면을 여러 재료와 조합해 먹는 레시피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한몫했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출시된 배홍동칼빔면은 지난달 말까지 누적 판매량 850만 봉을 기록했다. 신제품이 잘 팔리면서 ‘배홍동’ 브랜드 전체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배홍동칼빔면의 특징은 칼국수를 떠올리게 하는 널찍한 면발이다. 가늘고 매끈한 기존 비빔면의 틀을 깨고, 면발을 마름모꼴 도삭면 형태로 뽑아냈다. 농심 관계자는 “널찍한 면 특유의 굵기와 밀도 덕분에 ‘면만 씹어도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특히 기름에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건면 특유의 찰기와 쫄깃함에 ‘씹는 재미가 있다’는 소비자 반응이 많다”고 했다.
농심은 여기에 배홍동 브랜드만의 매콤새콤한 비빔장을 더했다. 배와 홍고추, 동치미를 숙성시켜 깊은 맛을 구현했다. 바삭한 김치전 튀김과 고소한 흑깨 토핑을 함께 넣어 맛의 균형을 잡았다. 최근엔 5년째 배홍동 브랜드 모델로 활동 중인 방송인 유재석과 새로운 광고도 공개했다. ‘맛 좀 아는 사람들’이라는 광고 카피로 차별화된 맛과 품질을 강조했다.
배홍동칼빔면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이다. 농심은 최근 넷플릭스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송하슬람 셰프의 ‘마마리마켓’과 손잡고 ‘제철맞은 칼빔면’ 메뉴를 선보였다. 배홍동칼빔면에 참외, 아스파라거스, 황태채, 육전 등을 얹은 요리로, 다양한 식재료와 잘 어우러지는 배홍동칼빔면의 매력을 부각했다.
이색적인 면발 덕분에 SNS와 커뮤니티에서 ‘모디슈머’들이 자발적으로 ‘배홍동칼빔면 꿀조합’을 공유하기도 한다. 모디슈머는 ‘modify’(수정)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제조사의 레시피가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재창조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수많은 레시피 중 가장 화제가 된 조합은 육회에 배홍동칼빔면을 곁들인 ‘육회칼빔면’이다. 육회와 칼빔면 특유의 찰진 식감, 고소한 참기름의 조합이 별미 레시피로 주목받았다. 이 밖에도 고소하고 기름진 대패삼겹살과 칼칼한 배홍동 소스, 양배추채가 조화를 이루는 ‘고기쌈 칼빔면’, 샐러드 채소와 살짝 구운 차돌박이를 함께 먹는 ‘차돌박이 샐러드 칼빔면’ 등도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농심 관계자는 “배홍동칼빔면은 자극적인 매운맛보다 다채로운 식감과 조화로운 소스로 승부수를 던진 제품”이라며 “수많은 경쟁 제품 사이에서 ‘한 번 더 찾게 되는 비빔면’으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