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가 올 하반기 들어 중·저신용자(신용평점 하위 50%)를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인터넷은행은 전체 신용대출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로 채워야 하는 비중 규제를 적용받는데, 6·27 대출 규제로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기 어려워지자 인터넷은행들은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줄여가면서까지 ‘30% 룰’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출 규제로 중·저신용자 타격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지난 2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공급액은 신규 취급액 기준 1조2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조2100억원)와 비교하면 5% 늘었지만, 1조4800억원을 공급한 작년 1분기 이후 공급액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선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공급액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은행 임원은 “중·저신용자는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연간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을 묶으면 고신용자보다 훨씬 타격이 크다”며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중·저신용자 1인당 신용대출 한도가 평균적으로 약 30%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6·27 대출 규제를 계기로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간주하기 시작한 점도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카드론은 중·저신용자가 급전이 필요할 때 흔히 이용하는 단기 자금 서비스로, 지금까지는 ‘기타대출’로 분류됐다.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되는 가운데 카드론 이용액까지 한도에서 차감되기 시작한 만큼 중·저신용자가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갈 곳 없는 서민…車담대로 쏠려금융당국이 부과한 비중 규제를 준수해야만 하는 인터넷은행업계는 고신용자의 신용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공급액이 크게 줄지 않도록 최대한 관리하더라도 전체 신용대출 공급액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내주기 어려워지자 인터넷은행업계에선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대출은 6·27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도 ‘30% 룰’엔 집계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상품의 최저금리(연 3.31%)를 주담대(연 3.68%)보다 낮게 책정했다. 케이뱅크 역시 이날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사장님 신용대출’의 최저금리(연 3.9%)를 주기형 주담대(연 3.96%)보다 낮게 정했다.
6·27 대출 규제로 대출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게 된 중·저신용자들은 6·27 대출 규제의 사각지대인 예금담보대출, 자동차담보대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시행 직후 지난달 11일까지 2주 동안 개인의 자동차담보대출 신청 건수는 하루 평균 2281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5월 하루 평균(1443건) 대비 58% 늘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