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출산부터 탈세 의혹까지 시원하게 밝혔다 [인터뷰+]

입력 2025-08-27 10:00

"이번주에 '애마'를 낳고, 그 다음엔 둘째를 낳게 됐네요."

지난 22일 '애마'가 공개된 후, 배우 이하늬는 24일 둘째 딸을 품에 않았다. 화상 인터뷰는 그보다 앞서 지난 19일 진행됐다. 만삭의 몸으로 카메라 앞에선 이하늬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소 불편할 수 있던 자신을 둘러싼 오해와 의혹, 그리고 주인공으로 극을 이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출산이 임박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이하늬의 진심이 모니터 너머로 진하게 전해질 정도였다.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하늬는 주인공 희란 역을 맡아 카리스마와 우아함을 겸비한 배우로서의 모습부터 파격적인 베드신까지 소화하며 극을 이끈다.

당초 목소리로만 제작발표회 참석을 예고하고, 인터뷰 역시 불분명했지만, 이하늬는 마지막까지 작품 홍보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도 "희란과 같았던 분들의 도움 덕분에 세상이 변화했다"며 "그저 감사하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 작품이 공개될 때즈음엔 출산으로 조리원에 있으실 같다. 이런 경험도 처음일 거 같은데, 작품을 앞둔 심경도 남다를 거 같다.

= 이번주에 '애마'를 낳고, 다음주에 아이를 낳는다 생각하고 있다. 이 한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는지 않다. 그 무게감을 알고 있다. 제가 책임을 질 수 없지만 한 부분을 담당하는 입장에선 최대한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생명을 잉태하기 전과 지금의 마음가짐이 다르긴 하다. 한 생명과 함께 타임라인을 'D라인'으로 함께하는 거 자체가 감격스럽다. 시대가 변해서 만삭의 몸으로 나서는 것도, 아마 예전엔 나가고 싶다고 해도 말리셨을 수도 있다. 제가 인사를 드리고 싶어도 받아들이시는 입장에선 '애마'가 가족적인 시리즈가 아니다보니 조심스럽더라. 시대가 변했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 극 중 희란의 연기 톤이 유독 80년대 영화스럽다. 희란 캐릭터를 구축하시면서 신경 쓴 지점이나 방향이 있었을까.

= (이해영) 감독님과 디테일하게 조율해갔다. 저도 배우지만, 촬영장 밖에서도 우아하고 그렇지 않은데 희란은 사생활에서도 우아한 배우의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80년대의 약간은 과장되면서도 지금과 다른 그때만의 결을 살려보려고 했다.

▲ 모델로 한 인물이 있을까. '아름다운 밤이에요'와 같은 대사는 장희를 떠오르게 한다.

= 특별히 설정한 인물은 없었지만, 당시 인터뷰들을 찾아봤다. 장미희 선배님도 찾아보고. 제가 어릴 때부터 본 선배님은 현재의 모습인데, 그때의 전성기 시절 선배님은 지금의 아이유 씨 같는 느낌이었다. 제스처나 의상, 이런 것들이 촌스럽지 않고 그저 우아하고 멋있었다. 당대 최고는 관통하는 부분이 있구나 싶더라. 그분들이 지금으로 바로 타임슬립을 한다고 해도 글로벌 스타가 되셨을 거 같았다. '애마부인도' 찾아보고. 저도 80년대생이라 '애마부인'을 본 적이 없었다. 수위가 높을 거라 생각했는데 색달랐다. 그런걸 찾으면서 재밌게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하면서 글로벌로 공개되는 작품이라 다른 나라 시청자들이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지더라.


▲ 실제로 굉장히 한국적인 소재다. 그럼에도 글로벌 시청자를 공략하는 소구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 로컬한 얘기지만, 그럼에도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세상이 점점 좋아지긴 하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 있고. 인간이 진일보한 선택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전 '애마'가 판타지적인 지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투' 사건이나 여러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면서 그런 행보나 문화적인 것도 바뀌고 사회적인 시스템도 바뀌어가지 않았나. 스태프들이 일하는 시간만 봐도, 10년 전엔 상상도 못하는 걸 지금 구현되고 있다. 굉장히 로컬한 소재지만 투쟁의 역사와 이어진 거 같다.

▲ '애마부인'의 주연 안소영과 만난 적이 있나.

= 안소영 선배님은 촬영장에서 만났다. 작품을 찾아보다 보니 너무 반갑더라. 당시엔 보호받는 것도 없이 생으로 그런 장면을 찍었다고 들어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넙죽 인사를 드렸다. 그런 분들이 계셨기에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 애로영화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우려는 없었을까.

= 저도 '애마'라고 처음 들었을 때,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상징적인 그런 것들 때문에 일단 '보겠습니다'라고 했다. 덥썩 '하겠다'는 말이 안나오더라.(웃음) 일단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전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애마'는 리메이크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어떻게 2025년에 이런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대본을 봤다. 자극적인 지점이 없어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베드신이 있는데, 그런걸 할 수 있었던 것도 소비적으로 베드신을 사용했다면 불편했을 거 같다. 하지만 같은 장면이어도 어떤 앵글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게 영화다보니 건강하고 무해한 느낌이라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 '애마'는 희란과 주애의 관계성이 주요 서사다.

= 저는 자연스럽게 감정만 쫓아갔다. 희란은 한치에 흩어짐도 없는데, 주애라는 새로운 인물로 자극을 받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접점을 만난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로서, 배우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연민을 희란이 갖게 되기도 하고, 연대하기도 한다. 여자들끼리만 연대해도 세상의 기온이 1도 올라갈 거란 얘길 누가 하더라.(웃음) 정말 그런 느낌이 현장에서도 왔다.



▲ 진선규와 호흡도 돋보였다.

= 촬영장 최고의 복지였다. 제가 1열로 그 연기를 보는 입장에선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연기하면서 '컷'하는데 박수를 친 기억은 처음이었다. 정말 좋은 배우와 호흡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건지. 낚시를 할 때 찌를 던져도 매번 낚시대가 흔들리지 않지만, 그 흔들리는 걸 기다리는 느낌으로 연기를 해왔다. 진선규 배우와 할땐 매번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영화 '극한직업'으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서 '어' 하면 '어'하고, '아' 하면 '아' 했다. 제가 총을 들고 육탄전으로 구르는 장면은 3일 정도 밤을 새며 찍었다. 그때 진선규 배우가 B형 독감에 걸렸다. 12월 22일부터 크리스마스 아침까지 찍었는데, 정말 추웠는데, 그 아픈 와중에도 열심히 연기해주셨다. 그러니 저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 작품 공개를 앞두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축복도 전해졌지만, 세금탈루 의혹 등 좋지 않은 일도 있었다. 작품 공개를 앞두고 불거진 의혹에 억울함이나 해명하고 싶은 지점은 없었나.

= 살면서 억울한 일은, 견해차라는 게 이런 거 같다. 이 일을 하면 조금 억울한 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도 많은 분을 놀라게 했고, 심려를 끼쳐드린 거 같아 그 부분에 대한 송구함이 있었다. 그리고 작품이 저만의 것이 아닌데, 저 때문에 지장이 있을까봐 그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완전히 판단히 종료된 건 아니고, 세금 납부는 했지만 상위 기관에 적법한지 의뢰는 해놓은 상황이다. 아직 진행 중인 과정이라 어떤게 억울하다 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마음을 초연하게 지내려 한다. 세무조사를 거의 4년째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의연해진 상태다. 큰일을 너무 크게 받아들이면 병나더라.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 80년대 충무로와 지금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배우라는 점에서 희란과 공통점이 보인다. 희란이 느끼는 여러 감정들, 예를 들어 시간이지날수록 느끼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로 인해 느끼는 위기감 등에 공감대를 느끼진 않았을까.

= 당연히 위기감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마음보단 제가 어떻게 더 진지하게 연기를 잘 할 수 있을지, 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노력한다. 제가 취미도 많고 뭔가 많이 배우려 하지만 아직 연기보다 재밌는 걸 못찾았다. 연기의 맛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거 같다. 예전에 안됐던 부분들이 확장되면 반갑고, 다른 분들과 비교하기엔 모자르지만 스스로 확장돼 가는 부분을 스스로 봤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감사하다. 이제 여배우가 아이를 낳는다고 은퇴하는 시기는 지났지만, 전 항상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이게 마지막 작품이다' 생각한다. 무슨 일이 어떻게 터져 못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나.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한작품 한작품 하게 되니 더 소중해지는 거 같다.

▲ 1980년대 활동했다면 어떤 배우였을까.

= 좀 더 예민한 배우였을 거 같다. 배우가 편안해지려면 그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배려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1980년대는 녹록치 않았을 거 같다. 작품을 찾아보니 더 느껴졌다. 제목 자체가 '혼자 우는 암캐', '타오르는 아궁이' 이런게 작품 속에도 나오는데, '실제로 이런게 있어?' 싶은데 진짜 있더라. 본격적으로 '성인영화 할래'하고 시작된 게 1980년대라, 연기가 좋아서 하셨던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고단하셨겠다싶다. 은퇴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 극 중 희란이 감독과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함께 설계해 나가는데, 실제 '애마' 촬영장에서도 본인의 의견으로 완성된 장면이나 방향성이 있었을까.

= 매 장면이 그랬다. 이혜영 감독님의 디렉팅이 굉장히 세밀하지만, 결국 배우가 할 수 있는 여지를 또 굉장히 많이 남겨주신다. 정말 틀이 잘 짜여진 와중에도 선택의 폭이 많았다. 그래서 더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

▲ 연회 장면에 등장한 정부 윗선이라든지,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라든지, 실제 인물과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연기하며 부담은 없었을까.

= 픽션과 논픽션을 어떤 면에서 오가지만, 촬영을 할 땐 '이게 실제 사건이니까' 이런 생각은 잘 안한다. 상징적인 것은 있지만 사실을 구현하고 재현하기 보다는 1980년대 분위기를 보여주고, 희화화 하기도 하고,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80년대를 대변하는 장면이라 '애마'에 꼭 필요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통해 전환점을 맞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연기했다.

▲ 결혼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배우자의 응원이 있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뭔가 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항상 만들어준다. 그래서 미안한 부분도 있다. 배우로서의 행보를 소중하게 여겨준 사람이라 결혼도 가능한 거 같다. 베드신이라는 게 배우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수 있는데, 그런 것도 무던하게 바라봐주고, 배우 이하늬가 성장하는 것들을 지켜봐준다. 그래서 감사하다. 결혼 전에도 그랬지만, 아이를 낳고 더 그렇다. 좀 더 과감하게 하고 있다. 소중한 것을 집에 두고 제가 촬영장에 가는 거 아닌가. 소중한 존재를 두고 갈만한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 시간을 썼으면 한다. 나가면 전투모드로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후회가 없도록 한다. 제가 포기하는 기회비용이 워낙 강해졌기 때문에 '몸이 부서져라 해보리라'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된 거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