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조리 업무를 병행하던 학교 영양사가 폐암에 걸렸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학교 영양사로 일했던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A씨는 1997년 3월부터 학교 영양사로 근무하다 2023년 3월 폐암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영양사로 직접 조리를 하는 대신 관리 업무를 했다고 보고 유해 물질 노출 수준이 높지 않다고 판단, 요양급여 청구를 승인하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실질적으로 여러 학교를 근무하면서 조리 인력이 부족하거나 조리실무사가 조리 업무에 익숙하지 않을 때마다 영양사로서 상당 시간 조리를 병행했었던 사실을 인정했다.
조리 업무 중 음식물을 고온의 기름으로 튀길 때 발생하는 연기나 가스와 같은 공기 중 오염물질(흄)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 휘발성유기화합물, 포름알데하이드, 헤테로사이클릭아민 등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조리 기름 흄에 노출되면 폐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교 교장들은 A씨가 거의 매일 최소 3시간 안팎의 조리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급식실이 반지하에 있는 데다 먼지와 벌레 등을 이유로 창문을 열지 못해 환기가 어려워 환경이 열악했던 점도 법원 판단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흡연한 사실이 없고 A씨의 가족 중 폐암을 앓은 사람도 없다"며 "호흡기내과 전문의도 '영양사라도 조리사와 동일하게 튀김·볶음 등 조리 업무에 장기간 관여했다면 조리 흄(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봐야 한다. A씨가 환기가 잘되지 않는 조리실에서 조리실무사와 함께 하루 최소 3시간 이상 조리 업무를 거의 매일 장기간 수행했다면 조리흄 노출이 발병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판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