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만나는 공간은 다양하다. 미술품이라면 전통적인 ‘화이트 큐브’ 스타일의 갤러리에서 조용히 감상하며 구입하는 방법이, 명품 시장에서는 고급 부티크에서 만나는 방법이 대중적이다.
하지만 진정한 컬렉터들은 조금 다른 루트로 '프라이빗'하게 작품을 소장하기도 한다. 작품의 가치가 경쟁을 통해 입증되고 세기의 걸작이 새로운 주인을 찾는 곳, 바로 경매장이다. 경매장은 입찰 방식을 통해 세계적 컬렉션에 접근할 수 있는 독특한 무대다. 뜨거운 경쟁과 희로애락이 오가는 드라마 속에서 희귀한 작품을 손에 넣을 기회의 장(場)이다. 접근, 경매 혹은 프라이빗 세일세계적인 컬렉션을 완성하려는 컬렉터들에게는 ‘경매(Auction)’와 ‘프라이빗 세일(Private Sale)’이라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투명한 공개경쟁을 통해 고가 작품을 낙찰받는 짜릿함, 비공개 협상을 통해 효율적으로 작품을 확보하는 매력. 방식은 달라도, 두 가지 모두 예술품 거래의 지평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글로벌 경매 시장에서는 프라이빗 세일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컬렉터들의 다변화한 니즈를 보여준다.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것은 곧 컬렉터에게 더 큰 기회와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두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최적의 컬렉션을 구축하고, 또 현명하게 판매하는 첫걸음이다.뜨거운 입찰 경쟁 vs. 컬렉터의 프라이버시 존중경매는 그야말로 드라마가 펼쳐지는 무대다.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된다. 작품의 정보부터 입찰 과정, 낙찰가, 그리고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찰자 정보까지 모두 공개된다. 이는 경매의 핵심적인 매력이자 장점으로, 다수의 입찰자를 유입시켜 경쟁을 유도하고 때로는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고가 낙찰을 성사하는 원동력이다.
공개적으로 기록되는 경매 결과는 특정 작가나 장르의 시장 가치를 가늠하거나 향후 거래의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경매장은 시장의 ‘심장 박동’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반면 프라이빗 세일은 모든 것이 커튼 뒤에서 진행된다. 작품의 존재 여부, 가격, 거래 조건과 당사자들의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초고가 자산을 거래하는 컬렉터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유명인, 기업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또 경매장의 스포트라이트를 꺼리거나 재정 상황과 구매 및 판매 계획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다만 경쟁이 없어 최고가 달성 가능성이 작고, 시장 가치 평가에 기여하지 않아 추후 거래에 참고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가격 결정, 현장의 열기냐 협상의 안정성이냐경매 가격은 실시간 경쟁 입찰을 통해 결정된다. 순간적으로 모여든 시장 수요가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다. 희소성 높은 걸작이나 주목받는 작품의 시장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이자 예상치 못한 고가 돌파가 가능한 ‘무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따른다. 기대했던 만큼 많은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될 수 있고,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도 항상 존재한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이러한 리스크는 더 커진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유찰 또는 저가 낙찰의 위험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반면에 프라이빗 세일 가격은 판매자, 구매자, 그리고 경매사 측의 전문가(Private Sales Specialist)들이 비공개 협상을 통해 정한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기대치, 시장 분석, 작품 평가가 종합적으로 반영돼 결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공개 경매처럼 극적인 고가 기록은 드물지만, 유찰이나 극단적인 저가 낙찰 위험도 현저히 낮다. 그래서 특히 경제적 불확실성이 클 때 안정적인 선택지로 여겨진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더 큰 통제권을 갖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거래를 성사할 수 있는 방식인 셈이다.
속도와 타이밍도 극과 극거래의 속도 면에서도 두 방식은 큰 차이를 보인다. 경매는 보통 봄(5월)과 가을(10~11월) 등 정해진 시즌과 일정에 따라 진행되는데, 작품 출품을 위해서는 몇 달 전부터 긴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작품의 진위 및 상태 확인(프로비넌스 인증), 전문가 가격 추정, 카탈로그 제작, 그리고 홍콩, 런던,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의 글로벌 프리뷰와 마케팅이 포함된다. 이러한 절차는 최대한의 노출과 홍보 효과,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공개 경매는 전 세계 컬렉터들의 주목을 집중시키는 강력한 글로벌 가시성을 제공하지만, 거래가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낙찰 전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이에 비해 프라이빗 세일은 여러 제약에서 자유롭다. 연중 언제든 즉시 거래가 가능하며, 협상이 성사되면 곧바로 판매가 확정된다. 재정 계획에 따라 특정 시점에 확보된 자금으로 구매나 처분이 필요한 경우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경우, 또는 공개 시장에 나오지 않는 작품이나 특별한 컬렉션을 비공개로 ‘선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프라이빗 세일은 결정적 장점이 된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아이템을 경쟁 입찰 없이 즉시 구매할 수 있다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정반대 방식이지만 상호 보완적 선택지최근 몇 년간 글로벌 예술품 거래 시장에서 프라이빗 세일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것은 뚜렷한 변화다. 지난해 전 세계 예술품 경매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프라이빗 세일은 14% 증가한 44억 달러 규모였다. 크리스티(Christie’s)의 프라이빗 세일은 전년 대비 41% 증가해 15억 달러에 달했고, 소더비(Sotheby’s) 역시 17% 증가한 14억 달러를 달성했다. 주요 경매사들의 전략적 변화와 맞물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의 성숙화, 프라이버시 수요의 증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그리고 신세대 컬렉터 유입에 따른 유연하고 통제 가능한 거래 선호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경매는 여전히 시장 분위기를 가늠하고 극적인 가치 발견의 장을 제공하며, 대중의 관심을 끄는 매력적인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경매와 프라이빗 세일, 두 방식은 서로 보완하며 컬렉터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줌으로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컬렉터들에게도 이러한 다양한 거래 옵션은 중요한 기회다. 컬렉팅에서 성공을 결정짓는 열쇠는 각자의 목표와 상황에 부합하는 최적의 거래 방식을 선택하는 데 있다. 세계적인 명작, 희소한 나만의 컬렉션을 향한 여정에서 어떤 방식을 택하든, 그 여정 위에서 최고의 작품과 만나는 순간은 분명 특별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지웅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