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 MX4D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한 관객들이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7인조 K팝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VR 콘서트 현장이었다. 관객들은 “팬사인회보다 더 가깝다” “멤버 실물을 보는 기분”이라는 감상을 쏟아냈다.
VR 콘서트 전문 기업 어메이즈에 따르면 엔하이픈의 첫 번째 VR 콘서트 ‘이머전’은 개봉 첫날 좌석 점유율 61%를 기록했다. 최근 좌석 점유율 40%를 넘으면 흥행작으로 평가받는 추세를 감안할 때 흥행 흐름을 탄 것이다. 거대한 사무실, 폐공장, 루프톱 등 아티스트가 변화무쌍하게 장소를 옮겨가면서 공연하는 포맷이다. 관객 손하트가 화면에 반영되거나 관심 멤버를 선택해 센터로 둘 수 있도록 하는 등 체험 요소가 포함됐다. 어메이즈 관계자는 “무대 위 멤버의 숨결과 시선까지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이번 VR 콘서트엔 초고화질 실사 촬영에 더해 언리얼 엔진 기반 VFX, 인공지능(AI) 영상 스케일링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수백억원의 비용이 드는 미국 슈퍼볼 무대도 VR 기술을 활용하면 순제작비 1억~2억원에 만들 수 있다. 팬들은 회당 수십만원씩 하는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 애쓸 필요 없이 2만~3만원대에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코앞에서 보면 된다. 차은우, 포레스텔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에스파 등이 최근 VR 콘서트를 진행했다.
VR 콘서트는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에 기술력을 더한 새로운 콘텐츠여서 글로벌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차은우의 VR 콘서트는 일본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일부 도시에선 상영회차가 매진되고 추가 상영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콘서트는 미국 5개 도시에서 상영했다. 엔하이픈 콘서트는 한국 개봉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의 40개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시간과 공간적 제한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연 기술이 K팝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VR 콘서트 전문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어메이즈, 벤타브이알, 알파서클 등이 대표적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