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법은 주주 이익 보호가 지상명제인 양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동시에 노동 관련 법안의 개정안은 노동자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방향이다. 주주 이익과 노동자 이익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많은데,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펀드는 단기에 이익률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를 해고하고, 사내에 유보된 현금을 배당 등으로 주주에게 유출시키려고 한다. 펀드가 주주로서의 단기 이익 추구를 유일한 목표로 두고, 노동자는 회사에 뿌리내리고 장기간의 이익을 목적으로 할 때 장·단기 목표가 충돌한다.
상법은 주주를 보호하고 노동법은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보호하면서 대치한다. 개별적으로 각 법안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주의 이익과 이해관계자인 근로자·노동조합의 이익은 서로 충돌한다는 얘기다. 두 법의 지향점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업은 성장을 위한, 생존을 위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구체적인 상황은 더 있다. 주주들은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는 투자를 해야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에 공장이 생기면 국내 생산 물량이 해외로 갈 것이라고 판단한 노동조합은 그에 반대해 파업할 것이다. 현재는 경영 판단에 대한 파업이 불법으로 돼 있지만,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개정 시 파업은 합법이 된다. 이사들은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미국공장 신설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석유화학 산업 재편 과정에서도 두 법안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업황 악화와 중국산 제품의 과잉 생산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주주는 이를 반대할 수 있다.
법안을 만드는 국회가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 국회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로 주주와 노동조합·근로자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누구를 따라가야 할까. 새로운 법으로 기업이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상법과 노동법은 각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소관인데, 각 상임위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면 개별적으로는 타당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 두 법의 충돌을 조율하지 않으면 기업은 주주와 노동조합(근로자)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결국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이 함께 추진되는 건 이사, 주주, 노조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기업은 주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채권자, 국가, 사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 법안 역시 이들 간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 회사는 장기적인 성장과 생존을 목표로 국민 경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 국회는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고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입법해야 한다. 기업 법제는 정책의 공급자 시각이 아니라 수요자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