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4명의 현장 노동자가 사망한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질타받은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공공입찰 규제 강화를 위한 법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건설회사 중 공공입찰 참가가 제한된 사례가 최근 5년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자 관련 기준이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이달까지 건설사의 공공입찰 참가 자격 제한 사례는 총 244건이었다. 이 중 국가계약법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산재 사망)으로 처분받은 건설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다수인 231건(94.7%)이 중도 포기 등 계약 불이행이 이유였다. 관련 기관 제재 요청(7건), 하도급 위반(4건), 뇌물 제공(1건), 국가에 손해를 끼침(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와 민주당은 규제 기준이 약해 산재 건설사가 제재를 피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행 관련 법은 단일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가 2인 이상일 때 1년 이상 제재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입찰 제한 기준을 확대하는 논의에 들어갔다. 최소 기준인 2인 사망을 1인으로 낮추거나 ‘연간 다수 사망’ 등으로 발생 횟수를 따지는 조치가 거론된다.
여당도 발맞춰 법 개정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는 공공입찰 참가 제한 기간을 늘리는 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참가 제한 범위를 국가계약법이 정의하는 중앙정부 사업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사업까지 넓히도록 하는 지방계약법 개정 등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은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을 개정해 입찰 제한 규정을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며 “근로자 안전관리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입찰 심사 절차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정청래 대표, 황명선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도 산업안전보건법을 관심 사안으로 둔 만큼 법 개정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규제 강화의 실효성이 담보되기 위해선 면책과 관련한 추가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업장 규모별로 규제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