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에스콰이어'에서 법무법인 율림의 신입변호사 강효민은 연락도 없이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는다. 동료들이 무단결근으로 인한 징계해고를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강효민은 3일만에 나타나 파트너 변호사인 윤석훈 앞에 불려갔다. 윤석훈은 고용계약서 제4조 제2항에 따라 실무수습 기간 중 근무태만 등의 사유에 해당하여 징계해고 할 수 있다면서 인사과에 무단결근으로 보고하고 원칙대로 처리를 하려고 한다. 그러자 강효민은 무단결근이 아니고 도시가스 회사의 주총에 갔다가 자료를 보고 이상하여 이틀간 현장조사를 하였다고 항변하였고, 실제로 강효민의 현장조사 결과 사용열량 조작이 밝혀지게 된다. 무단결근인 줄 알았더니 대형사건을 해결한 신입변호사의 반전 대활약이다.
무단결근은 법적인 개념은 아니지만, 근로자가 정당한 사유 또는 사용자의 허락 없이 출근하지 않거나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연차사용과 같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거나 출장 혹은 재택근무 중이라도 근로제공을 하지 않는 것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강효민은 어떨까. 변호사가 근로자인지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고용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니 근로자로 전제한다. 강효민은 원래 주총에 가서 자문을 하는 업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주총 자료를 살펴보던 중 현장조사의 필요성을 느껴 허락없이 이틀간 현장조사를 하느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강효민의 변명 또한 일을 했으니 무단결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느라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인데 통상의 경우라면 무단결근이라는 데에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강효민의 경우에는 변호사 업무의 특성상 시키지도 않은 일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강효민은 “저는 주총 절차에 대해 자문하러 갔지만, 주총 내용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항변함에, 일리있는 측면도 있다.
다만, 협업이 기본인 회사에서 직속 상사와 의논도 없이 업무 필요성을 임의로 판단하여 일을 진행시키고, 연락두절 상태로 이틀 동안 있는 것은 상호간의 신뢰를 훼손하고 노무지휘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워 충분히 무단결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상대방이 있거나 분쟁이 관련될 수도 있는 사건에서 독단적인 판단으로 현장조사를 하였을 때, 경우에 따라 일을 그르칠 수 있고 소속 법무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가벼운 비위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인사과에서 원칙대로 처리를 하였다면 징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나, 강효민은 대형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제공하는 큰 공적을 올렸기 때문에 대폭 완화된 징계양정으로 처리가 될 것이다.
관련하여 강효민의 동료들은 하루만 더 안나타나면 징계해고 감이라고 걱정하는데, 아마 취업규칙에 무단결근 3일이면 해고라는 규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취업규칙에서 해고사유를 정하여 놓았을 때, 해고사유에 해당이 되어야 해고를 할 수 있으나, 해고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언제나 해고가 정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해고사유의 합리성이나 적절성 또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한편, 강효민은 수습기간 중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수습기간 중의 해고는 수급기간 이후 보통의 근로관계보다 완화된 판단기준이 적용된다. 보통의 해고에는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가 있을 것이라는 기준이 적용되는 반면, 수습기간 중에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것이라는 기준이 적용된다.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을 고려한 완화된 기준으로 이해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58조 제3항은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라고 하여 재량근로제를 규정하고 있고, 변호사 업무는 대표적인 재량근로 대상이다.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지 않지만, 법무법인 율림에서 재량근로제를 도입했다면 강효민의 입장에서 재량근로제를 주장할 수도 있다.
재량근로제의 취지가 전문 업무나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업무 수행 수단에 재량의 여지가 크고 보수 또한 근로의 양보다는 질이나 성과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적절하고, 시간의 길이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데에 있으므로, 제도의 취지에 맞게 재량으로 업무를 하였으니 잘못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재량근로제는 주어진 업무에 대한 수행 방법이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의 제도이지, 임의로 판단해서 업무수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도 무방하다는 제도가 아니므로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다.
또 무단결근을 문제삼으면,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의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를 들어 항변을 할 수도 있다(실제 분쟁에서 이러한 경우를 보았다). 즉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이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출장 등의 사유로 외근을 하였으니 무단결근이 아니라 소정근로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한 주장일 수 있으나,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는 사업장 밖에서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우니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으로서 ‘근로시간’에 관한 제도이지, 사업장 밖에서 임의로 돌아다녀도 다 근로한 것으로 해주겠다는 제도가 아니므로 경청할 만한 항변이 되지 못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