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조국, 다음 목적지는 '대통령'?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5-08-19 13:41
수정 2025-08-19 13:42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면 직후 곧바로 광폭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복당 → 전당대회 출마 → 내년 6월 출마'를 시사하며 속도를 올리자, 여의도에서는 벌써 '다음 목적지는 청와대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돈다. 주변에서는 '대선은 이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조국 대통령' 시나리오를 부정하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지지와 반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조국, 출소 후 광폭 행보…일각서 불붙는 '대권' 시나리오조 전 대표는 18일 복당을 신청하며 본격적으로 정치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주 내로 당원자격심사위원회 심사, 최고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조 전 대표 복당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체제' 복귀는 신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조국혁신당은 오는 20~21일 현 지도부 임기 단축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당원 투표를 진행한 뒤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조 전 대표는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지 3일 만인 이날, 여러 개의 공개 행보를 소화했다.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고,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도 출연했다. 그는 김 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내년) 6월 국민에 의한 선택을 구하겠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조국 대통령' 시나리오에 붙기 시작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TV 방송에 출연해 "대선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때 이르다"면서도 "조 전 대표가 국민들에게 대선 주자로 인식되는 것은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대표가 직접 대권 행보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국민들이 그의 발언과 행보를 대선 후보의 움직임으로 평가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보다 '어심'(김어준의 의중)이라는 정치권의 새로운 유행어를 만든 김 씨의 역할에 대한 코멘트도 나왔다. 김 씨가 조 전 대표의 '킹메이커'로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멤버로 김 씨와 함께 활동했던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돌이켜보면 김어준 총수는 '킹메이커' 역할을 즐겼던 사람"이라며 "이제는 '조국 대통령'이 목표가 됐다. 그의 의도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어준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그(조국)를 불러냈다"며 "'몰빵론'을 접고 '분산투자론'을 주장하더니, 결국 조국의 이름을 단 당이 12석을 얻도록 만들었다. 이것 또한 김어준의 작품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주장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전략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엇갈린 여권 반응…"합당" vs "사면까지만"여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조 전 대표를 여권의 정치인으로 흡수하려는 모습과 동시에 그를 견제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론을 띄웠다. 그는 "지방선거 전에 합당해야 혁신당도 미래가 있다"며 "민주당과 혁신당은 합당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에게 얻어맞았으니 (조 전 대표를) 사면하는 거까지는 오케이"라면서도 "사면 이후 사람들의 침묵을 아빠 찬스에 대한 '동의'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조 전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가장 큰 변수는 여론의 파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1~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전국 18세 이상 2003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주 전보다 12.2%포인트 하락한 51.1%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40% 아래로 내려앉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해 민주당과 국민의힘 격차가 오차범위로 좁혀졌다. 조국 등 정치인이 포함된 사면의 영향도 있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 전 대표는 이와 관련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할 일은 저의 사면을 비판하시는 분들, (여론조사에서 사면에 반대한) 48%의 국민께 저의 효능, 저의 역할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사면복권을 비판하신 분들이라도 제가 정치인으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 받아주실 것이고, 안 그러면 못 받아주실 거라 생각하기에 저는 미래를 보고 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복귀한 조 전 대표는 앞으로 '대권 프레임'의 무게를 견뎌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주류 세력이 조 전 대표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디까지 견제할지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지켜보는 가운데, 일각에서 '다음 목적지가 대통령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앞으로 조 전 대표의 모든 행보는 곧바로 '대권 필터'를 통과해 채점 받을 확률이 커졌다"면서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검찰 개혁'이나 '내란 종식' 등 정치 구호를 넘어 민생 정치로 옮겨갈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