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콜라보 안해도 돼"…주류 떠오른 서브컬처 '독자 행보'

입력 2025-08-19 08:30
수정 2025-08-19 08:31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한 지식재산권(IP) 강자로 통했던 서브컬처 게임이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주로 식음료(F&B) 유통업계와 손잡고 굿즈나 상품을 팔았던 서브컬처 게임이 단독으로 카페, PC방 등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컬래버 없이 독자 IP만으로 매출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 서브컬처 게임 시장과 팬층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공식 오픈 전에도 6분 만에 사전예약 '매진'

19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게임즈의 서브컬처 게임 '블루아카이브'는 서울 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처음으로 공식 테마 카페를 지난 9일부터 열었다. 8월 입장 예약은 6분 만에 마감됐다. 카페 정식 오픈 전에도 총 2760석이 매진된 것이다. 매장은 상설 매장으로 월 단위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사전예매에 성공하지 못한 팬들도 카페를 찾았다. 지난 14일 오후 7시50분 블루아카이브 카페를 찾았을 당시 30대 A씨는 카페 안에 있는 굿즈 샵에서 포스터, 아크릴 등 굿즈를 양손에 가득 담고 이동했다. 구매한 굿즈만 10개가 넘었다. A씨는 "사전예약에 성공 못해서 굿즈라도 많이 사려고 찾았다"고 말했다.

국내 서브컬처 게임 중 단독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사례는 블루아카이브가 최초다. 기존에는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원신'만 유일하게 지난해부터 카페와 PC방을 운영했다.

IP만으로 단독 매장을 여는 건 팬덤만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지속해서 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원신은 서브컬처 게임 분야 강자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원신은 지난 1월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니케)'를 제치고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7위를 기록했다. 니케는 당시 8위였다.

원신은 브랜드 콜라보 성적도 좋다. 지난해 8월 원신 IP는 메가MGC커피와 협업을 진행했을 당시 콜라보 신메뉴를 1초에 1개씩 팔았다. 콜라보 메뉴와 굿즈의 누적 판매량은 약 80만개를 기록했다.
블루아카이브, 원신 이어 단독 IP 매장 신설

블루아카이브 IP 또한 원신에 견주는 성과를 내고 있다. 블루아카이브는 스팀 글로벌 PC 버전 출시 이후 국내 매출 2위, 글로벌 매출 10위를 기록했다. 3년간 게임 누적 매출은 5억달러(약 7096억원)에 다다른다. 블루아카이브 IP 콜라보 제품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GS25와 손잡고 출시했던 블루아카이브 빵이 그 대상으로 총 300만개가 팔렸다. 블루아카이브가 원신과 같이 단독 매장을 열 수 있는 배경이다.

IP 오프라인 매장 지속가능성도 원신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원신 카페와 PC방은 홍대입구역세권에서 1년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원신 PC방은 매 주말 만석일 정도다. 지난 16일 오후 4시경 '원신 PC 라운지'를 방문했을 때도 만석이었다. 1시간당 2만원인 프리미엄 룸도 사용 중이었다.

호요버스 관계자는 "팬들 사이에서 '원신 투어'라고 해서 카페와 PC방을 패키지여행처럼 오고 가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덕분에 팬들이 직접 PC방에서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PC방과 카페를 중심으로 행사를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IP 오프라인 매장이 팬덤 강화에도 일조하는 것이다.

서브컬처 게임 IP의 생명력은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에 달려있다. 콜라보를 통해서는 신규 유입자를 확보한다면 IP 오프라인 매장으로는 '덕질' 공간을 제공해 팬들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투웨이' 전략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공간은 팬들에게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단독 매장을 여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IP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