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올데프 이어 지드래곤…'더블랙' 빈스 "흐름 끊기지 않길" [인터뷰+]

입력 2025-08-18 09:48
수정 2025-08-18 09:56

요즘 '핫'한 작곡가를 꼽으라면 뺄 수 없는 사람은 바로 더블랙레이블의 빈스(Vince)다.

빈스는 그룹 빅뱅·2NE1·블랙핑크와 호흡하며 'K팝 대표 프로듀서'로 오랜 시간 명성을 날린 원타임 멤버 테디의 회사 더블랙레이블에 몸담은 작곡가 겸 가수다. 2016년 더블랙레이블 설립 당시 합류한 그는 태양·지드래곤·선미·블랙핑크·제니·리사·전소미·아이콘·위너·미야오 등의 곡 작업에 참여하며 '리틀 테디' 수순을 밟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소다팝'·'유어 아이돌' 작곡과 괴물 신인으로 가요계를 흔들고 있는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프로듀싱이다. 음원 차트 상위권을 줄줄이 꿰차고 있는 이들 곡에서 빈스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2년 걸린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작업, 과정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OST '소다팝'·'유어 아이돌'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소다팝'은 댄스 챌린지까지 더해지면서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부르고 즐기는 음악으로 지치지 않는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만난 빈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다팝'이 클럽에서도 나오고, 해외 광장에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단체로 부르는 걸 보면서 깜짝 놀랐다. 작곡가로서 미디어 노출이 많이 되니까 부모님이 제일 좋아한다"라며 웃었다.

두 곡의 작업에는 약 2년이 걸렸다. 여러 곡을 작업하고 계속해서 제작진 측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해 나가는 전체적인 과정에 소요된 시간이었다.

빈스는 "(작업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 사자보이즈라는 이름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그 에너지를 먹고 사는 데몬들'이라는 콘셉트가 정해져 있었다. 또 노래가 사용되는 장면의 러프한 2D 스케치가 있었다. 애니메이션 측에서 원하는 비전이 있어서 그에 맞춰서 진행하는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확실히 실제 아티스트와 소통하며 진행하는 작업과는 차이점이 있었다. 빈스는 "아티스트들과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직접 이야기하면서 완성해나갈 수 있다면, '케데헌' 작업은 조금 더 영상과 영화 콘셉트에 맞춰야 했다. 프로듀서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로서 오가는 게 많았던 작업"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케데헌'이 해외에서 제작됐다는 점에서 작품 속 음악이 'K팝이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OST에 K팝 작곡가로 유명한 이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K팝이 맞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해 빈스는 "한순간도 '난 K팝 곡을 만들 거야'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대중적인 팝곡을 만드는 건데,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많은 경우에 한글을 써서 K팝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K팝이 많이 사랑받는 이유는 곡도 곡이지만, 비주얼·댄스·패션까지 다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고, 그게 묶여 사람들에게 보여졌을 때 열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료와 관련해서는 "1년 정도 뒤에 나온다. 체감하려면 내년에 인터뷰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케데헌' 속편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1편에서의 시너지가 있었으니 2편도 우리가 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혼성그룹도 뜬다…'K팝 영역 확장' 올데이 프로젝트


빈스는 애니·타잔·베일리·우찬·영서로 구성된 5인조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이하 올데프)의 성공 주역이기도 하다. 팀의 메인 프로듀서인 그는 '페이머스'·'위키드'를 모두 히트시키며 올데프를 '괴물 신인'으로 만들었다. 빈스는 "심혈을 기울인 만큼 잘 되어줘서 너무 기뻤다"고 털어놨다.

올데프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멋'이라고 했다. 빈스는 "애들이 데뷔 전부터 이슈되는 포인트들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만큼은 우리가 생각했을 때 멋있게 가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흥행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최대한 멋지게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워낙 생소한 혼성그룹이고 기존에 없는 콘셉트라 괜찮을까 싶었는데, 첫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가서 보는데 매일 보는 친구들인데도 멋있더라. 매일 보는 내가 이 정도인데 대중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감이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데프의 성공으로 부담감이 커졌다면서도 그는 "멤버들 각자의 개성이 센 만큼 아이디어들도 너무 많아서 이들과의 작업이 재미있다. 형이나 오빠로서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서로 뮤지션으로서 풀어나가는 식의 과정이다. 부담감이 있지만, 그걸 멤버들이 덜어내 주는 게 있다"고 전했다.

◆ 가수 빈스로 컴백, 지드래곤도 나섰다


인터뷰를 한 이유는 가수로서의 컴백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빈스는 18일 오후 6시 새 디지털 싱글 '차차차'를 발매한다. '차차차'는 부드러운 멜로디 위에 경쾌한 라틴 차차 리듬을 더한 힙합 알앤비 곡으로, 빈스의 그루비하고 감성적인 보컬을 만끽할 수 있다.

가수 설운도의 명곡 '다함께 차차차'를 인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빈스는 "설운도 님께 영감을 받았고, 원작자분들께 허락도 받았다"면서 "설운도 님이 뮤직비디오 카메오 출연까지 승낙해 줬다. 다만 뮤직비디오가 애니메이션으로 바뀌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아쉽다"고 말했다.

곡이 만들어진 건 5년 전이었다. 곡의 토대는 다른 프로듀서에게서 시작됐다. 빈스는 "'네가 부르면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다함께 차차차'라는 키워드와 함께 가이드를 주더라.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바탕으로 완성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해당 곡을 현재 발표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시기를 기다렸다. 여름이었으면 좋겠고, 지드래곤 형이 피처링해줬으니 형의 컴백 이후가 좋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이 딱 좋은 것 같았다"고 밝혔다.

'케데헌', 올데프가 잇달아 성공한 데 따른 것은 아니었냐고 하자 "정말 의도하지 않았다"며 손을 가로저었다.

한껏 멋을 준 스타일이 아닌, 힘을 빼고 유유자적 흥을 북돋는 곡의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빈스는 "여태껏 너무 진지하게 음악을 해와서 나의 밝은 면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근한 키워드를 사용하되 사운드는 현대적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피처링 아티스트는 처음부터 지드래곤이었으며, 다른 대안은 없었다고 했다. 빈스는 "형이 제대하고 나서 빅뱅과 본인 앨범 작업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더블랙레이블을 많이 찾아왔는데, '차차차'를 만든 프로듀서 형이 가볍게 형에게 피처링을 제안했다. 형이 별말 없이 내게 '너 스타가 되고 싶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스타가 되고 싶다. 한 번만 도와달라'고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빈스는 "템포, 키, 편곡을 다 바꾸는 과정이 있었다. 지디 형 파트만 해도 3, 4개의 버전이 있었다. 많은 걸 요구했는데, 단 한 번도 싫은 티를 내지 않고 잘 해줘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디 형이 도와준 이상 이건 어떻게든 잘 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면서 "방송 활동은 못 하지만, 뮤직비디오 속 춤은 실사로도 볼 수 있게 준비하겠다. 율동을 만들 때 댄스 디렉터님과 삼바 춤을 보면서 연구하면서 같이 만들었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 美 NYU 경제학→뮤직 비즈니스 전과…"테디 보며 배워"


빈스는 미국 뉴욕대학교(NYU)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3학년 때 뮤직 비즈니스로 전과해 졸업했다. 졸업 후 별다른 길이 없었던 그는 "큰일 났다. 이렇게 하다가는 학자금 대출도 못 갚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국으로 들어와 로스쿨 입학을 결심하고 시험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현재 함께 활동하고 있는 프로듀서 24를 만났다. 마음이 잘 맞았던 두 사람은 같이 음악을 만들고 음악 공유 서비스인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다. 이들의 음악을 들은 테디가 영입 제안을 하면서 더블랙레이블과의 연이 시작됐다.

테디가 자신의 어떤 점에 이끌린 것 같냐고 묻자 빈스는 "곡도 곡이지만, 영어랑 한국어를 둘 다 사용하기 때문에 가사를 위트 있게, 감각적으로 잘 쓴다고 느낀 것 같더라. 그런 부분에서 날 맘에 들어 해서 지금도 곡을 쓸 때 아이디어를 많이 드리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테디에게 배울 점도 많다고 했다. 빈스는 "곡을 매일 만드는 입장으로서 난 금방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만든 결과물이라 항상 '와 이건 최고다!'라면서 자아도취 하면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형은 곡이 나오기 직전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게 베스트인가?'라고 계속 본인에게 질문을 던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디테일의 중요함을 느낀다. 내가 100% 노력했는지 질문을 던지고 계속 고쳐나가는 부분을 보면서 아직도 많이 배운다"고 덧붙였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물로는 프로듀서로서 처음 작업했던 태양의 앨범을 택했고, 저작권료 효자 곡으로는 "절대적인 금액으로는 어떤 게 제일 많이 들어오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리사의 '머니'를 언급했다.

'히트곡 메이커'로 거듭나며 현재 음원차트를 장악하고 있는 그는 "톱10에 더블랙레이블 작업물이 너무 많아서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그 곡들 사이에서 흐름이 끊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고백했다.

어릴 때부터 퍼렐이 우상이었다는 그는 "나도 빈스라는 이름이 보이면 '이 음악은 기대된다'는 신용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어렸을 땐 나의 음악에 집착했다면, 연륜이 쌓이면서는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듀서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로서도 대중적인 공감을 얻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아울러 그는 "K팝의 인기가 너무 많아져서 해외에서 같이 작업하자고 제안이 오는 상황이다. 그들과 같은 위치에서 작업하는 느낌"이라면서 "이제는 해외 작곡가들이랑도 작업을 많이 하는데, 그것들을 오로지 한국 아티스트만을 위해서 하기보다는 한국을 벗어나 해외 아티스트들과도 작업하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