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北에 넘긴 한강 수로도…법원 "여전히 기밀"

입력 2025-08-18 07:00

문재인 정부 시기 북한에 넘겨진 한강 하구 수로도에 대해, 법원이 “여전히 국가기밀”이라며 공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지난 6월 5일 구주와 변호사가 “이미 북한에 넘긴 정보는 더 이상 기밀이 아니다”며 국립해양조사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문제가 된 수로도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같은 해 11월 남북이 공동 수로조사를 실시한 뒤 만들어졌다. 이후 2019년 1월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실무접촉에서 북측에 전달됐다. 수로도는 인천 강화도 말도부터 경기 파주시 만우리까지 약 70km에 달하는 한강 하구 구간의 암초 위치, 조류 흐름, 수심 등 민감한 군사·지리 정보를 담고 있다.

구 변호사는 지난해 7월 국립해양조사원에 한강 하구 해도 및 관련 자료 일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당시 그는 이 자료가 이미 북한에 전달됐기 때문에 더 이상 국가기밀이 아니며, “적국에는 공개하고 국민에게는 비공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구 사흘 뒤 국립해양조사원이 수로도를 3급 비밀에 해당하는 비공개 정보로 판단해 공개를 거부하자 원고는 같은 달 국민의 알 권리 침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립해양조사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로도가 공개될 경우 남북관계의 긴장 상태를 자극 또는 악화시키거나 국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립해양조사원이 해당 수로도를 3급 비밀로 지정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로도와 함께 공개를 청구한 보고서, 관계기관 공문 등도 “수로도를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수로도의 국가기밀로서의 가치는 지형 변화로 인해 없어지지 않았으며, “현재 한강 하구의 지형이 이 사건 수로도와 본질적으로 달라져 동일성이 완전히 상실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 동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의 정보공개청구는 수로도를 공개받아 항해 등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호기심에 기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정보의 공개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진상규명’의 실체조차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수로도 전달과 관련해 고위공무원들을 고발한 사건들에서 모두 불송치(각하) 결정을 받았음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정보공개청구는 알 권리의 보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