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순환경제 본격화…AI 접목한 ‘RE:FINE’ 전략 가동

입력 2025-09-03 06:00
[한경ESG] 나우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이 가속화되면서 ‘선형경제(linear economy, 생산-소비-폐기)’에서 벗어나 자원을 순환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의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방대한 네트워크 인프라와 ICT 기기를 운영하는 통신산업에서도 순환경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미래 성장과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순환경제 관련 법규와 규제는 그 범위와 강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잇달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순환경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으며, 법·제도의 강화 흐름이 뚜렷하다.

국내에서는 2022년 제정된 ‘순환경제 사회 전환 촉진법’이 제품의 생산·유통·소비·폐기 전 과정에서 자원 효율성과 재활용성을 고려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법은 단순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갖춘 제도이기에 기업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성과 효율성을 반영해야 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의 적용 범위도 확대됐다. 기존 가전·IT 기기뿐 아니라 다양한 전기·전자제품으로까지 대상이 넓어졌다. 2025년 이후에는 기업의 재활용 실적을 체계적으로 보고·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강화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EU)이 2020년 ‘순환경제 행동계획(CEAP 2.0)’을 통해 전자제품, ICT, 배터리, 플라스틱, 포장재, 섬유 등 7개 핵심 가치사슬에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특히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를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은 제품의 내구성, 수리 용이성, 재활용성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하도록 의무화한다. EU는 여기에 더해 플라스틱 전 주기 관리를 위한 최초의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네트워크 장비, 케이블, 기기 케이스, 포장재를 다루는 통신산업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순환경제 중요

통신산업은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모, 네트워크 장비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생산·사용·폐기 과정에서 상당한 환경 부담을 발생시킨다. 과거에는 ICT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낮게 평가되기도 했지만, 최근 환경영향 평가가 보다 정밀해지면서 사회적책임이 부각되고 있다.

현행법상 통신사가 EPR 직접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장비 제조사와의 협력 관계,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의 간접적 관여, 향후 기지국 철거 같은 대규모 인프라 변화 시 폐기물 관리 책임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상 통신사 입장에서는 선제적 대응과 자발적 순환경제 전략이 필요하다.

순환경제는 단순한 환경보호 활동이 아니다. 강화되는 법규에 선제 대응해 재무 리스크를 줄이고, 네트워크 장비 수명 연장과 재활용을 통해 자본적 지출(CapEx)과 운영 지출(OpEx)을 절감할 수 있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면 제품 수명 연장과 재활용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발굴이 가능하다. ESG 경쟁력 강화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글로벌 통신 선도기업은 이를 경영 핵심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 도이치텔레콤은 순환경제를 전사 경영의 중심축으로 삼아 제품 개발, 포장, 폐기물 관리에 이르기까지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회수율, 친환경 제품·포장 비율 등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설정해 정량적 성과 관리 체계를 운영 중이다.

SK텔레콤, ‘RE:FINE’ 전략으로 차별화

SK텔레콤은 ESG 비전 ‘DO THE GOOD AI’를 통해 ESG 경영 전반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비전에는 AI로 기술·통신 경쟁력을 강화(DO AI)하고, AI 윤리 거버넌스를 확보(T.H.E. AI)하며, AI로 사회에 긍정적 기여(GOOD AI)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비전을 순환경제에 적용한 것이 2025년 수립한 ‘RE:FINE’ 전략이다. ‘RE:’는 Reuse, Recycle, Reduce 등 순환경제 핵심 행동을, ‘FINE’은 운영 전반을 정교하게 다듬는다는 뜻이다. 전략은 4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첫째, AI를 활용해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장비 수명을 예측해 교체 주기를 최적화한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리배출 안내 서비스(REcycle)도 운영한다.

둘째, ICT 자산의 사용·폐기 전 과정에서 자원순환을 강화한다. 네트워크 인프라 폐기물 관리 고도화, 재활용 자원 발굴, USIM 친환경 패키징, eSIM 전환 검토 등이 포함된다. 셋째, 정부·지자체·제조사와 협력해 ‘민팃’ 중고폰 회수·재활용을 확대하고, 전자문서 서비스 보급으로 종이 사용을 줄인다. 마지막으로, 전사 순환경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글로벌 ESG 공시 기준에 대응한다. 폐기물 배출 데이터를 세분화·공시하고, 제3자 검증을 통해 신뢰성을 높인다.

지속가능 성장, 미래 경쟁력으로

환경부와 한국폐기물협회는 2009년 자원절약과 재활용 문화 확산을 위해 매년 9월 6일을 ‘자원순환의 날’로 지정했다. SK텔레콤은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에 발맞춰 순환경제 활동을 지속해왔다. 순환경제를 단기 캠페인이 아닌, 기업 본연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장기 성장 과제로 내재화한 점이 특징이다.

앞으로도 AI 기반 기술혁신을 통해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순환경제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기술 투자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그리는 순환경제는 ICT 기술과 사회적책임이 결합된 지속가능한 미래의 청사진이다. 이는 기업가치 제고를 넘어 사회 전반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엄종환 SK텔레콤 ESG추진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