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남매 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콜마홀딩스의 창업주 윤동한 회장(가운데)과 아들 윤상현 부회장(왼쪽)이 최근 독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윤 회장이 윤 부회장에게 "증여한 주식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건 후 처음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과 윤 부회장은 지난 12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최근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번 만남은 윤 부회장이 아버지인 윤 회장에게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두 사람이 만난 건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후 처음이다.
콜마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아버지에게 최근 벌어진 소송전과 관련해 '죄송하다', '향후 아버지의 경영철학을 받들어 그룹을 이끌어나가겠다'는 뜻을 전했고, 윤 회장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들으며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부자관계인 윤 회장과 윤 부회장은 지난 4월 말 콜마홀딩스가 건강기능식품 계열사 콜마BNH를 대상으로 제기한 임시주총 소집 허가 소송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윤 부회장은 여동생인 윤여원 사장(오른쪽)이 이끄는 콜마BNH의 실적이 부진하다며 이사회 개편을 요청했다. 윤 사장의 경영 실패로 콜마BNH 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콜마홀딩스는 콜마BNH에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총을 열라고 요구했다. 윤 사장 측이 이를 거부하자 콜마홀딩스는 5월 2일 대전지방법원에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윤 사장 측도 "윤 부회장이 자신의 측근을 사장 자리에 앉히고, 부당하게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며 맞소송에 나섰다.
남매 간 갈등이 격화하자 윤 회장도 윤 부회장에게 2019년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에 대한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윤 부회장이 각자 경영 체제를 유지하라는 내용의 가족 경영합의서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콜마그룹의 지주회사인 콜마홀딩스 지분은 윤 부회장이 31.75%, 윤 회장이 5.59%, 윤 대표와 남편이 10.62%를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과 윤 부회장의 갈등은 최근까지 계속됐지만, 이번 만남으로 '화해무드'가 조성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대전지방법원이 콜마BNH의 임시주총 소집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윤 부회장은 절차상으론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창업주인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