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협력 의지와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를 평가절하하고 적대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를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1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국법에 마땅히 대한민국이 가장 적대적인 위협 세력으로 표현되고 고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북측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선 “사실부터 밝힌다면 무근거한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조작 놀음”이라고 주장했다. 확성기를 철거한 적도 없고, 철거할 의향도 없다는 취지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9일 “대북 확성기 철거 이후 북한도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남 확성기 40여 대 가운데 한두 대만 철거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섣불리 관련 내용을 발표해 역공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대남 확성기 철거를 섣불리 발표해서 마치 자신들이 평화를 이끌어낸 것처럼 조작하는 게 그리도 촌각을 다투듯 급했나”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김여정의 담화와 무관하게 남북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남북관계가 서로에 도움이 되는 관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상화·안정화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합참은 “군은 확인된 사실을 발표한 것”이라며 “북한이 부인하는 데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여정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해 “한국의 현 정권은 윤석열 정권 때 조치들을 없애버리고는 평가받기를 기대하며 호응을 유도해 보려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런 잔꾀는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며 우리 관심을 사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한·미가 이달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 일정을 일부 연기한 것을 두고도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관심 없다”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에는 “우리는 미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