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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개미(중화권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홍콩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홍콩 주식 투자 잔액은 4년 만에 최대로 늘어났다. 연초 딥시크의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 공개에 이은 홍콩증시 랠리로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홍콩 주식 투자액 42% 쑥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홍콩 주식 투자 잔액은 지난 12일 기준 24억4519만달러로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말 잔액 18억3185만달러, 2023년 말 17억2553만달러와 비교하면 각각 33.48%, 41.70% 많은 금액이다. 최근 5년 사이 최대인 2021년 말 31억63만달러(2021년)에 근접하고 있다.
투자 잔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샤오미(2억3893만달러)다. 샤오미 주가는 전기자동차 신사업 진출과 실적 개선 소식 등에 힘입어 올해 들어 50% 넘게 뛰었다. 이어 텐센트(2위·2억2565만달러), BYD(3위·1억8622만달러), 알리바바(4위·1억8215만달러), SMIC(5위·9181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식은 올해 적게는 20%에서 80%가량 급등했다. 지난 5월 홍콩증시에 상장된 배터리 제조사 CATL은 6위(8607만4397달러)에 올랐다. CATL 역시 올해 약 35% 상승했다.◇항셍지수 올해 27% 급등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항셍지수는 전날 25,613.67로 올해 들어서만 27.69%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9.95%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약 2.8배 높은 상승률이다. 우량 기업 중심인 홍콩H지수 역시 같은 기간 25.52% 뛰었다. 딥시크 등장 이후 본토 자금이 홍콩 우량주로 쏠리면서 지수 강세를 이끌었다.
현지 금융데이터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2일까지 중국 본토에서 홍콩증시로 유입된 ‘남향자금’은 9100억홍콩달러(약 160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8079억홍콩달러)를 넘어섰다.
항셍지수는 4월 미·중 관세 전쟁으로 주춤하다 다시 전고점을 넘어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오는 11월까지 90일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망치를 밑돌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리자 상승세에 더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등 AI 성과를 통해 국가 성장 모델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당국의 강력한 주식시장 부양 의지로 홍콩 공매도 비중은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하반기 더 오른다”중학개미까지 가세한 홍콩증시의 활황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증가 사이클과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촉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부동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CPI 상승률은 0%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신호를 나타냈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3.6% 내리며 34개월 연속 하락세다.
달러화 약세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투자은행 UBS의 멍레이 중국주식 연구원은 “신흥 시장에서 비중이 큰 홍콩시장이 미국 달러화 약세의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올해 항셍지수 전망치를 25,000으로 제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26,000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