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이제 별도의 교통가드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자국에서 사용하던 비자 카드만 있으면 간편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비자(Visa)가 지난 13일부터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Open-loop Transit)을 제주도 시내에서 전면 시행한 결과다.
14일 비자코리아에 따르면 비자의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이 국내 대중교통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업은 제주도가 지난 3월 비자를 포함한 글로벌 결제사 및 간편결제사와 체결한 ‘제주형 결제시스템 고도화 및 보급 확대를 위한 시행협약’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제주도는 이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결제수단을 수용하는 교통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은 글로벌 결제 표준인 EMV(Europay·Mastercard·Visa)를 기반으로 컨택리스 신용·체크 및 선불카드를 이용하여 대중교통 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글로벌 호환 시스템이다. 실물 카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탭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교통카드 구매나 충전 없이 자국에서 사용하던 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발급 국가와 무관하게 EMV를 지원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카드라면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이 도입된 세계 어느 곳에서든 즉시 결제가 가능하다. 복잡한 현지 교통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방문객에게는 단일 결제 수단으로 통합된 편의성을 제공한다.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은 2012년 런던을 시작으로 뉴욕,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에 도입되며 글로벌 결제 표준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비자가 처리한 컨택리스 승차 결제 건수는 지난해 1년 동안 20억건을 넘어섰다. 2022년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작년 9월에는 베이징 도시철도 전 노선과 490개 역에 해외 발급 카드 기반의 개방형 결제가 전면 도입됐다. 상하이 메트로는 올해 6월부터 자기부상열차 노선에서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필리핀 정부도 지난 7월 말부터 MRT3 노선에 시범 도입하며 인프라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반면 국내 대중교통은 여전히 대부분 폐쇄형 교통결제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어 외국인이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내국인은 후불교통결제 기능이 탑재된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하지만, 외국인은 교통카드를 별도 구매해 선불 충전 방식으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결제 인프라와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의 점진적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패트릭 스토리(Patrick Storey) 비자 코리아 사장은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의 도입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번 도입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보다 편리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제주도가 국제 관광지로서 교통 인프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